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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영업이익 지난해 -22.7%…대기업·제조업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22.7% 급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대로의 빌딩숲. 뉴스1

지난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22.7% 급감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대로의 빌딩숲. 뉴스1

제조·건설·무역 등의 분야 사업을 하는 대기업 A사는 2018년 5조원을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2019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영업이익은 30%가량 쪼그라들어 4조원에 못 미쳤다. 올해 2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A사는 이후 원가 절감 등의 자구책을 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A사만 위기를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총 영업이익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대기업의 이익은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대외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도 불황에 빠져든 탓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기업의 경영 실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7%…2년 연속 마이너스

기업 영업이익 -22.7% 곤두박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업 영업이익 -22.7% 곤두박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19년 영리법인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2018년(284조원)보다 22.7% 감소한 220조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꾸준히 올라왔지만, 2018년 처음으로 2.1% 마이너스(-)를 찍은 뒤 2년째 내리막을 걸었다.

 기업 이익이 줄어든 데는 지난해 세계 교역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한국 경제의 ‘밥줄’인 수출이 피해를 봤다.

 제조업 분야에서 국제유가, 반도체 가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의 가격 하락이 악재로 작용했다. 김진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반도체의 경우 D램 가격이 지난해 약 61% 떨어졌고, 유가도 전년 대비 약 9% 낮아졌다”며 “LCD 패널도 중국 등에서 저가에 생산되며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제조업 직격탄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감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감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수출과 제조업 경기 악화는 특히 대기업 실적에 타격을 줬다. 지난해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전체의 절반 이상(56.8%)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피해가 컸다. 대기업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5% 급감했다. 대기업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2011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 영업이익도 10.3% 감소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의 영업이익이 40.1% 급감했고, 금융보험업(-25.7%)과 건설업(-6.5%)도 부진했다. 반면 부동산업(40.6%), 전문과학기술업(66%), 숙박음식업(50.3%)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올해 경영도 어렵다”

 지난해 기업 수는 75만3000개로 전년 대비 6.2% 늘었고, 종사자 수도 1037만1000명으로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4987조원이었다.

 올해 반도체 등 일부 분야 업황이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지난해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은 2018년까지 좋았던 경영 상황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다”며 “작년에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던 만큼 올해 상황이 더 크게 악화할 가능성은 적지만, 지난해보다 더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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