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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장 청소 삼총사…유산균, 식이섬유, ‘이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면역보감 (90) 

우리 몸의 뿌리는? 장이다. 면역력에서 핵심은? 역시 장이다. 장은 음식물을 소화, 흡수해 온몸에 영양을 공급하고, 살아갈 에너지의 원천을 만든다. 간·심·비·폐·신·뇌 등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기뿐만 아니라 근육· 뼈·혈관 등 인체 내 모든 조직이 사실 장에서 기운을 공급받아 살 수 있다. 그러니 장이 병들면 온몸이 병든다. 몸에서 돌보아야 할 첫 번째 기관은 장이다.

위장은 밥을 담는 그릇이다. 음식물을 담아서 소화효소를 잔뜩 뿌려댄다.[사진 pixabay]

위장은 밥을 담는 그릇이다. 음식물을 담아서 소화효소를 잔뜩 뿌려댄다.[사진 pixabay]

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위에는 위장, 중간에 꾸불꾸불한 소장, 배 전체를 한 바퀴 휘감아 돌아 아래쪽으로 빠져나가는 대장이다. 위장은 밥을 담는 그릇이다. 음식물을 담아서 소화효소를 잔뜩 뿌려댄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움직여 섞은 다음 소장으로 내려보낸다. 내려온 음식물을 소장에서 영양소로 분리해 쏙쏙 빼 흡수한다. 소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는 대장으로 내려보내서 모아둔 다음 시간이 지나면 바깥으로 내 보낸다.

위장은 음식물이 처음 닿는 곳이고 담아 둔 상태에서 소화효소를 버무리는 곳이라 탈이 나기 쉽다. 상한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해서, 먹을 때 스트레스를 받기만 해도 체한다. 소화효소 분비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급성위염, 만성위염,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위장은 음식물이 잘 소화돼 아래로 내려가기만 해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때 필요한 약초가 바로 ‘산사’다.

한의학에는 소화효소를 돕는 약초를 많이 응용한다. 산사, 신곡, 맥아, 육두구, 백두구, 자소엽, 나복자 등 다양한 약재가 있다. 이 중에서 ‘현대인에게 필요한’ 약초 하나를 꼽자면 산사를 추천한다. 왜 ‘현대인’이라는 전제를 붙였을까? 육식 때문이다. 산사는 고기를 분해하는 효소가 잔뜩 들어 있다.

산사는 고기를 분해하는 효소가 잔뜩 들어 있다.[사진 pixabay]

산사는 고기를 분해하는 효소가 잔뜩 들어 있다.[사진 pixabay]

산사는 산사나무의 열매인데 꽃사과라는 별명이 있다. 산사에는 콜레스테롤을 분해 효소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그런 작용을 통해 고혈압 치료제로도 연구가 활발하다. 고기를 절일 때 산사를 넣으면 고기가 흐물흐물해져서 먹기 좋아진다. 육식 소비량이 엄청나게 증가한 요즘, 그래서 혈관계통을 건강하게 신경 써야 할 때 위장의 소화도 함께 신경 쓸 수 있는 1석2조의 약초인 셈이다.

소장은 영양소를 흡수해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곳이다. 한의학에서는 소장을 생명의 원천에 빗대기도 한다. 장부마다 짝이 있는데 간은 담낭과 신장은 방광과 짝이 되는 식이다. 심장은 소장과 짝을 이룬다. 심장과 소장 둘 다 우리 몸에서 체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체온이 일정한 온도를 넘어 뜨거워지면 암세포도 못 산다고 한다. 우리 몸에서 암이 발생하지 않는 두 곳이 심장과 소장이다. 소장의 기능이 약해지면 온몸의 면역에 비상이 생긴다.

소장에는 무수한 균이 살고 있다. 몸에 이로운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이로운 균을 통칭해 요즘 언론에서 많이 부르는 것이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 유산균일 것 같다. “유산균을 먹으면 면역이 좋아져요”라는 말이 퍼지게 된 이유다. 소장에 이로운 균이 많아야 장 정막이 건강해지고 장 점막을 통해 영양소 흡수가 많이 될 수 있으며, 그래야 면역이 좋아진다.

대장은 찌꺼기가 한동안 쌓여 있다가 빠져나가는 곳이다. 최소 하루에 한 번은 변을 배출시켜야 한다. 변비가 만병의 근원이라 하는 것처럼 변이 쌓여 있으면 온갖 독소가 발생한다. 독소는 혈관으로 다시 들어가 간으로 들어가고, 간이 해독해야 한다. 변비가 생기면 간이 그만큼 나빠진다. 변을 깨끗하게 배출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대장 속의 찌꺼기를 모아 배출해 내는 대표적인 것이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장 점막 속 찌꺼기를 골고루 빼내 마치 피부의 때를 벗기듯 모아 덩어리를 만든다. 장이 잘 움직이게도 하고, 매끄럽게 빠져나가게 환경을 만드는 것도 식이섬유가 하는 일이다.

식이섬유는 채소의 껍질에 많다. 또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이 미역 같은 해조류다. 해초에는 식이섬유가 정말 잔뜩 있다. 산후에 산모가 미역국을 많이 먹어서 몸의 독소를 빼 나가게 하는 원리 중에 하나다. 산후에만 피가 맑아야 할까? 평소에도 미역을 자주 먹어서 피를 맑게 하면 좋지 않을까?

위장에 산사, 소장에 유산균, 대장에 식이섬유. 이렇게 장 전체를 잘 관리해 주어 깨끗하게 하는 것이 장 해독 혹은 장 청소라고 부른다. 장이 편해지면 당장 몸도 편안하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이어트는 물론, 피부도 맑아진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몸의 뿌리가 살고, 면역력이 좋아진다. 내 몸을 위한 관리, 첫걸음은 장부터 시작이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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