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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때보다 사망자 많은데···900명 초청 파티 연다는 백악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에서 하루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쏟아지는 와중에 백악관은 수 백명을 초청해 연말 파티를 열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과 9일 미 국무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이어 파티를 연데 이어 오는 15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900명 규모의 파티를 계획하고 있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하누키 파티 현장. 이날 파티에는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ushi_teitel 영상 캡처]

지난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하누키 파티 현장. 이날 파티에는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ushi_teitel 영상 캡처]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 8일 각국 외교 사절단 200명을 초청해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홀리데이 오픈 하우스’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는 각국 외교관과 가족 130여 명, 국무부 직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이수혁 주미 대사를 포함해 아프가니스탄, 아르헨티나, 헝가리, 네팔, 네덜란드 대사 등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NBC는 주요 7개국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대사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행사는 가이드와 함께 블레어하우스를 둘러보고, 백악관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이번 행사 계획을 밝히며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환영 리셉션은 취소했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2명의 소식통은 “참석자들은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고, 때때로 한 곳에 몰려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블레어하우스에서는 지난 주말 코로나19 확진자도 발생했다. 전날 소식을 전달받은 국무부는 확진자가 머물렀던 1·2·4 층 방역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연말 실내 파티 24차례 열릴 것”

지난해 9월 백악관에서 열린 스콧 모리스 호주 총리 국빈 연회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그의 아내 수잔.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백악관에서 열린 스콧 모리스 호주 총리 국빈 연회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그의 아내 수잔. [AP=연합뉴스]

백악관 연말 파티는 다음 날인 9일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 두 차례 유대인의 연말 명절인 하누카(Hanukkah) 파티를 열었다.

두 차례 하누카 파티에는 각각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 SNS에는 파티 현장을 찍은 영상도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하고, 악수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회복한 백악관 비서실장 마크 메도스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5차례의 실내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백악관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당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5일 국무부 청사 8층 연회장에서 '디플로머시 앳 홈 포 더 홀리데이' 연말 파티를 연다. 이 행사에는 워싱턴 DC에 근무하는 외국 외교관과 그 가족 등 900명이 초청됐다. 또 16일에는 180개국 외국 대사 부부를 초청한 행사를 개최한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미 텍사스 병원 의료진.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미 텍사스 병원 의료진. [AFP=연합뉴스]

미 국무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연말 파티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외교관협회(AFSA)와 외교관 노조는 국무부의 파티에 대해 “워싱턴 DC 보건당국은 실내 모임을 10명 이내로 제한했는데 국무부가 미국 정부 지침은 물론 주 건강 규정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까지 위반해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하루 사망자 3000명 넘어…9·11 테러 때보다 많아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파티를 연 9일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사망자 수는 3124명으로,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한 날이었다. 이날 미 언론들은 일일 사망자 수가 9·11테러 때 전체 사망자 수인 2977명을 넘어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10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40만명, 사망자는 29만 명에 육박했고, 입원 환자 수도 10만7245명으로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내 200개 병원이 이미 꽉꽉 들어차면서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가 쏟아지는 상황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앞으로 60~90일간 코로나19 일일 사망자가 9·11 테러나 진주만 피습(약 2400명) 때의 전체 사망자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이번 주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더라도 앞으로 2개월간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소규모 실내 모임이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될 것”이라며 “백신을 맞기 전까지 마스크를 쓰고 모임을 피하는 등 개인 방역을 더 열심히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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