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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종말 계산 담겼다…불 탄 뉴턴 '비밀 노트' 5억에 낙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근대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미발행 노트가 소더비 경매에서 37만8000파운드(약 5억46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소더비 홈페이지 캡쳐

근대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미발행 노트가 소더비 경매에서 37만8000파운드(약 5억4600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소더비 홈페이지 캡쳐

고전 역학 체계를 정립한 근대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의 미발행 노트가 37만8000파운드(약 5억4600만원)에 소더비 경매에서 팔렸다고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트는 뉴턴이 1680년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트에서 뉴턴은 이집트 피라미드들의 외부 면적과 터널 길이, 무덤 내실의 높이와 벽돌 크기 등을 비교하면서 이집트인들이 ‘큐빗’이라는 공동 측정단위를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소더비 관계자는 “뉴턴은 고대인들이 당시에는 유실된 어떤 기술을 통해 지구 둘레를 측정할 수 있었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에라토스테네스(지구의 크기를 측정한 고대 그리스 수학자)의 수치는 뉴턴의 만유인력 주장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지구의 둘레가 40만 ‘스테이드(고대 그리스 측정 단위; 1스테이드는 약 180m)’라고 한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나 아낙시만드로스가 계산한 수치로 돌아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리스인들이 이집트인들로부터 측정하는 법을 배웠다는 추정 하에 큐빗에서 스테이드 값을, 스테이드에서 지구의 둘레 길이를 수량화할 수 있었다. 뉴턴은 이 같은 주장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출간 이전에 포기했지만 이 노트를 작성할 때 뉴턴은 피라미드가 지구 둘레 측량과 만유인력 증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된 뉴턴의 미발행 노트 중 일부. 사진 소더비 홈페이지 캡쳐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된 뉴턴의 미발행 노트 중 일부. 사진 소더비 홈페이지 캡쳐

노트는 일부가 불에 타 훼손된 상태다. 설화에 따르면 뉴턴의 반려견 ‘다이아몬드’가 책상에 뛰어 올라가는 바람에 초가 넘어져 노트가 불에 그을렸다고 한다.

또 뉴턴은 성경에 암호문이 숨겨 있다며 이를 해독해 인류 종말의 시기를 구하려 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가디언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생전에 “뉴턴은 ‘합리의 시대’의 첫 인물이 아니다. 그는 마지막 ‘마술사들(magicians)’ 중 하나였다”고 한 것을 인용해 이 미발행 노트가 수학자와 물리학자로 알려진 뉴턴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소더비 관계자는 “뉴턴이 연금술과 관련한 저서를 내지 않은 건 놀랍지 않다. 비밀주의는 연금술의 교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사실이 공론화됐다면 뉴턴은 종교적인 이유로 경력이 끝장났을 것”이라고 했다. 또 “뉴턴은 성경 주해와 관련한 많은 양의 원고를 남겼다. 추정컨대 그의 비밀스러운 지식이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 세대의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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