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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됐는데 집에서 대기, 수도권만 50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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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확산하는 가운데 환자가 급증하면서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규 환자 682명, 위·중증 172명 #정부 “머지않아 의료 역량 한계” #병상 확보, 확진자 발생 못 따라가 #의료진·역학조사관 업무 과부하 #일부 조사관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 #공공병원선 “사표 내겠다” 얘기도

이스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환자병상관리반장은 10일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어제(9일) 수도권 자택 대기 환자가 506명 정도로, 특히 경기 지역이 많은 상태”라며 “대부분은 경증 환자로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기 중이지만 100여 명은 병원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반장은 “생활치료센터나 병실을 배정받고 이동하는 데 하루 정도 걸린다”며 “집과 근거리에 있는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희망하거나 가족실(가족이 한 방에 입원할 수 있는 공간) 이용을 희망하는 경우 이틀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682명 발생해 누적 확진자가 4만98명이 됐다.

누적 확진자가 4만 명을 돌파한 건 1월 20일 첫 환자가 나온 지 325일 만이다. 특히 누적 확진자가 3만 명을 넘긴 지 불과 21일 만에 4만 명대로 올라섰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내 누적 확진자가 5만 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하루 새 23명이 늘어 1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사망자는 8명이 늘어 누적 564명이 됐다. 8명은 이번 ‘3차 대유행’ 시작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가장 많다.

간호사 “중환자 늘어 업무 2배,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

10일 서울의료원에 조성 중인 컨테이너 병동에 침상 설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10일 서울의료원에 조성 중인 컨테이너 병동에 침상 설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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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급격한 확진자 증가로 인해 머지않아 방역과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 지역의 환자 적체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스란 반장은 “경기도의 경우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확보 속도가 확진자 발생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환자 확산세가 가파른 수도권의 방역 강화를 위해 익명검사, 타액(침)검사, 신속항원검사 등을 모두 동원한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분석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원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수도권 곳곳에 150개 임시 선별진료소를 추가 설치해 14일부터 3주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가 연일 수백 명씩 쏟아지면서 과부하가 걸린 의료진과 역학조사관들은 번아웃(소진)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중증 환자가 늘다 보니 업무가 두 배로 늘어 체력 소비가 크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전공의 김모씨는 “검사량이 많아 기존의 과별 업무를 챙기면서 검체 채취 업무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열 달 넘게 진행되면서 비상체계 수준의 노동강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번아웃 상태는 훨씬 지났고, 버티지 못한 공공병원 일선 의료진은 사직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보건소의 최준수 역학조사관(공중보건의)은 “확진자 1명당 역학조사관 1명 정도는 돼야 심층조사가 가능한데, 역학조사관이 부족하다 보니 4~6명에서 많게는 8명씩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학조사관 김모씨의 경우 최근 수도권 중심의 대유행 이후 ‘주 7일 근무’다. 하루도 못 쉰다. 1월과 비교해 몸무게가 5㎏ 빠졌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경기도 역학조사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거나 최근 일주일 새 새벽 4~5시쯤 귀가한 역학조사관도 있었다.

요즘 서울 강남구 보건소는 매일 역학조사해야 할 곳이 평균 150~200곳씩 쏟아진다. 역학조사관 인력은 4명으로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소에 구청 직원까지 40여 명이 역학조사 업무에 투입됐다. 역학조사반원으로 일하는 박건수 주무관은 “현장에 30명이 2명씩 팀을 짜나가는데, 한 팀이 5곳을 소화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스더·백민정·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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