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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려지는 怪疾 공포

중앙일보

입력

홍콩에서 발생한 신종 전염병이 계속 확산하고 있다. 이 병은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내뿜는 작은 물방울로 옮는다.

이 물방울은 공기에 둥둥 떠있거나 멀리 날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의 분비물이 상대방의 얼굴에 튀길 만큼 가까운 거리(약 1m)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본 상황에서 전염된다.

◇ 치사율 3% 급성호흡기증후군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했던 유행의 초기에 이 병에 희생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환자를 돌보던 의사와 간호사들이었다. 환자와 한 집에서 사는 가족들도 이 병에 걸리기 쉽다.

그러나 환자가 투숙한 호텔의 같은 층에 묵다가 걸린 사람도 있으며, 최근에는 홍콩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2백13명이나 되는 환자가 발생하면서, 이 병이 공기를 통해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으슬으슬 춥고 온 몸이 쑤시면서 기침이 나는 증세가 나타난다. 독감이라면 이런 증세는 1주일 만에 좋아지는데 반해, 이 병에서는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나타나는 폐렴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렇게 나빠져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는 환자는 10명 중 1, 2명에 불과하며 치사율도 3% 정도로 낮다.

아직 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일부 환자에게서 발견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킨 것인지 확신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려면 2~3주는 더 기다려야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결과를 보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감기나 목감기와 같은 가벼운 상기도 감염을 일으킬 뿐, 폐 깊숙이 침범하여 중증 폐렴을 일으키지 못하는 병원체다. 바로 이런 까닭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 또는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를 이 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원인을 알지 못하기에 아직 특효약이나 예방주사는 없다. 따라서 이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중국.홍콩.싱가포르, 그리고 베트남 하노이 지역으로 가는 여행은 가능하면 삼가는 쪽이 안전하다.

만일 우리나라에 이 병이 들어온다면 동남아시아 여행객을 통해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므로 방역의 초점은 여행객에게 맞추어야 한다.

특히 중국 광둥성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상한 폐렴이 유행하였다고 하며, 홍콩은 환자 수가 매일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동남아시아에서 입국하는 사람이 하루에도 수천명이 넘는 점을 생각하면 이 전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은 귀국 후 10일 동안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체크해야 한다. 만일 독감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했다는 사실은 물론 여행 중 독감 증세가 있는 환자를 만난 적이 있는 지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괴질이란 걸리기만 하면 죽을 병,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없는 병이란 뉘앙스가 강한 용어다. 언론은 국민에게 막연한 공포심을 갖게 하는 이 용어 대신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또는 SARS라고 불러야 한다.

에이즈 유행 초기, 에이즈는 성도덕이 해이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요, 신이 내린 저주받은 병이라는 보도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각인된 잘못된 인식이 지금까지도 에이즈 예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언론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동남아 유입 방역체계 구축을

정부는 유입 전염병에 대한 방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전의 전염병은 아직도 개발도상국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일본의 대장균 O157(1996년), 홍콩의 조류 독감(97년), 말레이시아 농장의 바이러스 뇌염(98년), 미국 뉴욕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99년) 등 신종 전염병이 계속 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전염병은 지구촌 어느 구석에서라도 비행기를 타고 2~3일이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니 전염병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홍콩의 SARS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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