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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언제 맞을지, 한국선 아직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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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이르면 내년 2~3월 국내에 들어온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44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8일 밝혔다. 정부가 백신 계약 현황을 공개한 날 영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정부, 4400만명분 확보했다지만 #아스트라제네카만 내년 1분기 #나머지는 도입·접종 시기 불투명 #박능후 “안전성 검증 뒤 접종 전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 회분, 화이자 2000만 회분, 얀센 400만 회분, 모더나 2000만 회분을 선구매했다”고 말했다. 얀센은 1회만 접종하고 나머지는 2회 접종한다. 박 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이미 선구매 계약을 했고, 나머지 기업도 법적 구속력 있는 구매 약관 등을 체결해 구매 물량 등을 확정했다”며 “2021년 1분기(2, 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중심으로 마련된 다국가 연합체 ‘코박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에 가입해 1000만 명분을 확보했다.

정부는 우선접종 대상(약 3600만 명)을 정해 이르면 내년 초 접종을 시작한다. 노인, 집단시설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취약계층과 의료진, 요양시설 종사자, 경찰, 소방공무원, 군인 등 사회필수서비스 인력이 우선접종 대상에 들 전망이다. 소아·청소년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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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백신을 선구매했다고 해도 접종받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도입 시기도, 접종 시기도 다 불투명하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내년 1분기에 도입된다고 했고, 나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경우 도입 시기가 미지수다. 각국 정부가 지난봄부터 백신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제약사와 앞다퉈 협상에 나선 반면 우리 정부는 “신중해야 한다”며 느긋한 입장을 취해 온 탓이다. 복지부는 지난 9월 백신 도입 방안 공개 때도 “백신 종류별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선구매 계약은 신중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복지부는 “서둘러 선구매 계약을 하면 우를 범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 평가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구매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영국·유럽연합(EU)·캐나다 등은 선구매 계약을 완료한 상태였다.

박 장관은 브리핑에서 “선구매 백신이 내년 안에는 다 들어오느냐”는 질문에 “내년 안에 다 들어온다고 확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물량부터 확보한 다음 안전성 검증을 거쳐서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전략”이라며 “외국에서 2~3개월 접종하고 난 뒤에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우리가 접종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선구매한 백신은 국민 85%를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토끼처럼 K방역 성공 안주하다 거북이들에 백신 추월당한 상황”

이 물량이 내년 안에 모두 도입되더라도 전체 인구보다 적다. 우선접종 대상 외 일반 국민은 언제 맞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반면에 미국·일본 등은 백신을 인구의 2~5배까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박 장관은 “국내 확진자가 외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외국도 선구매를 위해 일부 선급금을 지급하는 정도이지 실제 2배 전량을 실제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작용 면책조항’도 논란이다. 제약사들은 계약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면책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불공정 약관이나 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도입 시기가 늦어지고, 물량 확보가 인구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일상 회복 속도가 뒤처질 것을 우려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가 지금 K방역에 성공했다고 토끼처럼 있다가 백신 분야에서 다른 나라 거북이들에게 추월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 국민 접종 분량을 최소한 확보하고 가급적 빨리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부분의 백신이 하반기에 들어와 접종을 하면 내년 겨울 직전에나 코로나가 종식되거나 일부분 유행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다수의 선진국은 여름이면 정상화되는데 우리는 그때까지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국민의 절반 정도가 백신 접종을 마친 이후로 (종식 시기를) 판단하고 있다”며 “내년 중에, 그렇게 늦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이태윤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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