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설득 꼼수까지 썼다…與 한밤 기업규제 3법 기습처리

중앙일보

입력 2020.12.09 00:02

업데이트 2020.12.0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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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관한 정무위 안건조정소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문승욱 국무2차장. 오종택 기자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관한 정무위 안건조정소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문승욱 국무2차장. 오종택 기자

“안건조정제도는 여당이 다수로 날치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말 그대로 국회선진화법이다.”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통과
오늘 법사위 거쳐 본회의 상정
전속고발권 유지→폐지→유지
정의당 설득 위해 꼼수까지 동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5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안건조정위원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당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일방 처리하려 하자 이 제도를 활용해 막아섰을 때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에 포함된 안건조정위(국회법 제57조의 2)는 일종의 이의신청 장치다.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최장 90일간 여야 동수(각 3명)로 설치되고 위원 3분의 2(4명)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토록 했다. 웬만하면 여야가 합의하라는 정신을 담은 것이다.

여야가 교대되면서 안건조정제도에 대한 거대 양당의 입장이 180도 뒤바뀌었다. 8일 법제사법위와 정무위에서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을 강행 처리하려는 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이 이 제도로 막아섰다. 하지만 거여(巨與)의 완력에 속수무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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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야당 몫 3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나머지 한 명의 행보였다.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덕분에 3분의 2(민주당 3명+최 대표)의 의결정족수를 채워 속전속결이 가능했다.

정무위에선 그 한 명이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었는데,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넘기기 위해 이날 배 의원을 속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배 의원과 같이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안건조정위를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후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법을 바꾸겠다”고 180도 방향을 틀었다.

결국 민주당은 9일 새벽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어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안을 통과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대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법사위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을 포함해 ‘기업규제 3법’이 모두 상임위를 통과했다.

앞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제 입장에선 수긍할 수 없다”며 “안건조정위를 통과시키기 위해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여당 간사가 정의당에 사기를 치는 것”이라며 “전체회의로 가면 수적으로 자기들이 많으니 수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해리·김효성·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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