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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요법으로 갱년기 날린다

중앙일보

입력

갱년기 환자로 진단받은 주부 L(50) 씨는 담당의사로부터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복용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이를 따르지 않았다. 자궁암.유방암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여성호르몬의 부작용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대신 그는 식물의 뿌리를 원료로 한 대체 약을 하루 두번 복용했다. 6 주 후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땀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갱년기 증상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불면증도 사라져 잠을 잘 잘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갱년기 여성의 여성호르몬 복용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발표한 후 음식이나 식물.동종(同種)요법.향기요법 등 대체요법으로 이를 극복해 보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 식물요법(phytotherapy)

유럽에선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는 유럽식 허브요법.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심장과 이성재교수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원하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갱년기 여성에게 승마(升.블랙 코호시)와 식물성 에스트로겐 등을 처방하면 안면홍조.가슴 두근거림.발한(發汗) 등 전형적인 갱년기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승마는 향기가 없으며 쓰고 신맛이 나는 식물(아기 미나리아제비의 일종)로 골다공증 예방에도 쓰인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갱년기 여성의 여성호르몬 부족을 일부 보충해준다. 이교수는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인체에 해로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경감시킨다"고 설명했다.


◇ 동종요법

2백여년 전 독일에서 시작됐다. 갱년기 질환 예방.치료에 쓰이는 동종요법용 약은 수십 가지. 대표적인 것은 오징어 먹물에서 얻은 세피아, 유황에서 추출해 수만번 희석한 설퍼, 할미꽃과 계통의 식물에서 뽑아낸 펄자틸라 등 자연 식물이다.

동종요법은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라는 개념. 환자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약을 써서 신진대사를 정상화시킨다는 것이다.

환자의 특성을 중시해 개인별로 다르게 치료한다는 것도 현대의학과 다른 점이다. 갱년기 여성이 동종요법 약을 먹으면 안면 홍조.발한.가슴 두근거림.신경과민.불안.수면장애.우울증 등이 경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향기요법

갱년기 여성이 향기를 맡거나 향기요법 약으로 피부 마사지, 또는 목욕을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오홍근교수는 "갱년기 치료에 주로 쓰이는 약은 장미오일.재스민.클라리 세이지.네롤리 등이며 이 식물 안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하루 세번 향을 맡거나 목.하복부.등을 마사지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욕조에 향기 원액을 20방울 정도 떨어뜨린 후 목욕을 하는 것도 권장했다.

그는 "원액으로 피부 마사지를 하면 발진.가려움증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아몬드오일.호호바오일 등 식물성 오일을 97% 섞어 향기원액은 3%로 묽게 해 발라야 한다"며 "아로마.허브전문숍에서 2만원 어치를 사면 6주간(10㎖) 사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식품이나 차도 갱년기 장애 극복에 도움이 된다. 콩 식품이나 콩성분이 함유된 보충제를 먹으면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갱년기 장애를 줄일 수 있다. 콩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있다.

경희대 한방병원 송미연교수는 "당귀차.녹차.대추차 등도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며 "당귀는 혈(血)을 보(補)해주고, 녹차와 대추차는 피를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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