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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호황에 우는 ‘청개구리 투자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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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용대출 받은 돈도 들어가 있는데 한 달도 안 돼 -19%가 됐습니다. 시간을 돌리고 싶네요.”(직장인 A씨)

주가 하락에 베팅 ‘인버스’ 상품 #지난달 이후 수익률 -33% 된 것도 #당분간 손실 회복도 힘들 전망 #“몰빵 말고 위험분산용 투자해야”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코스피에 불이 붙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증시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울상인 투자자들도 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inverse)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가 대표적이다. 인버스 ETF는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내리면 오히려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거꾸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청개구리 투자자’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는 형국이다.

코스피·코스닥 지수 치솟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스피·코스닥 지수 치솟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버스 투자는 개미(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지난달부터 지난 4일까지 ‘코덱스(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839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삼성전자 우선주(9809억원)에 이어 2위다. 같은 기간 기관 투자가와 외국인이 각각 8182억원, 448억원가량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상품은 역방향을 뜻하는 ‘인버스’와 ‘2X’란 종목명답게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하면 그 두 배만큼 수익이 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곱버스’로도 불린다. 개인은 ‘코덱스 인버스’도 1786억원(순매수 5위)어치 사들였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자 ‘오를 만큼 올랐으니 다시 빠질 것’으로 본 개인 투자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전고점이던 2600 전후까지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조정을 받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는 이들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무섭게 치고 올랐다. 코스피는 지난달 이후 20.5% 치솟았다. 지난달 16일 2500선을 넘더니 5거래일 만인 23일 2600선을 뚫었고, 다시 9거래일 만에 2700선마저 돌파했다. 코스닥 지수도 한 달여 만에 15% 정도 올랐다.

주가가 상승을 거듭하면서 인버스 ETF 투자자는 자기가 판 우물에 빠진 신세가 됐다. 특히 고위험 상품인 ‘코덱스 200선물인버스 2X’의 지난달 이후 수익률은 -33.6%를 기록했다. ‘타이거(TIGER) 200선물인버스2X’(-33.6%), ‘코덱스 인버스’(-18.4%)도 줄줄이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반면 개미들이 지난달 이후 6200억원가량 순매도한 ‘코덱스 레버리지’(지수 상승률의 두 배 수익) ETF 수익률은 47.6%에 달한다.

인버스 상품들이 언제 손실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세계 경제 정상화 기대감, 달러 약세 추세로 코스피가 당분간 우상향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예상 범위 상단을 2800~3000선으로 잡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승 피로가 쌓여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강하게 매수하는 기조가 있다 보니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자산운용사 부장은 “인버스 상품은 주가 하락 위험에 대비한 헤지(위험 분산) 용도로 투자해야 하고, ‘몰빵 투자’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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