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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단계 격상 또 실기…코로나 그래프는 11월25일 지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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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 단계로 격상하기로 결정한 6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우상조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 단계로 격상하기로 결정한 6일 서울 명동 거리가 한산하다. 우상조 기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2.5로 올리기로 했다. 바뀐 거리 두기 5단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위다. 8일 0시부터 이달 28일 자정까지 적용된다. 수도권의 경우 노래방·실내체육시설·학원 등 14만여개 업소가 문을 닫는다.

전문가들이 보는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코로나 19 확산이 본격적인 대유행 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조처를 통해 수도권의 일일 신규 확진자를 150~200명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실기(失期)했다고 지적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실기를 지적한다. 정 교수는 "수도권의 확산이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확산 그래프를 보면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는 에너지를 모아서 올라갔다. 그때가 2.5단계 격상의 적기였다. 지금은 일주일 이상 늦었다"고 진단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 2.5 단계 기준을 갖춘 지 꽤 됐지만, 정부가 경제 충격을 이유로 올리지 않았다”며 “너무 늦었다. 이미 코로나 19 환자가 만연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증가세를 꺾기 어려울 것이다. 3단계로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제일 걱정되는 게 의료시스템 붕괴다. 중환자 병상이 너무 부족하다”며 “정부가 선제 대응 없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 일주일 하루 평균 신규 환자는 400.1명이었다. 그 전주 평균(255.6명)에서 크게 늘었다. 거리 두기 2.5단계 상향기준은 전국 주 평균 확진자가 400명~500명 이상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2.5단계로 올리지 않았다. 사우나 등 특정시설을 콕 집어 ‘2단계+α’를 적용(1일 0시)했다. 전국 중환자실 병상은 한 달 새 131개에서 55개로 줄었다.

정부의 현 상황 진단이 너무 안이하고 위기 대응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8월 유행 때 단계를 올리면 2주 후 떨어진 경험을 근거로 지난달 24일 수도권에 2단계로 격상했는데, 이번에 8월과 확산 양상이 달라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상황이 종전과 다르다는 위기 인식을 정부 내에서 공유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7월, 10월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이완된 시그널을 주면서 방역 집중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며 "이로 인해 중환자 치료 병실 준비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구·경북 유행 때처럼 대구동산병원 같은 전담치료시설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직 겨울이 석 달 남았다. '1, 2차 유행 잘 넘어왔으니 이번에도 곧 가라앉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병상을 왜 확보하지 않았느냐, 역학조사원을 왜 제대로 충원하지 않았느냐, 그리하는 바람에 추적 조사 놓치고 K 방역 무너진다는 식으로 방역 주체 간에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겨울 위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중점관리시설 방역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식당의 경우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한다. 이렇다 보니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이 몰리게 된다”며 “테이블 1m 띄우기 등으론 한계가 있다. 1m 간격 띄우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잘 안 지켜진다. 바글바글 모여있으면 감염 위험이 크다. 서울 종로의 파고다 식당이 그 예"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식당 영업을 늦게까지 허용하되 가게 입장 인원을 더 줄여주는 게 방역에 효과적이다. PC방도 칸막이를 설치하면 한 칸 안 띄워도 된다. 화장실 갔다 오면서 모여서 얘기하면 소용없다. 입장 인원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결혼식장은 인원을 제한하는데,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최근 SNS에 “미리 설정된 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조치를 덧붙이는 형태로 정책이 집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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