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알츠하이머병 진행 지연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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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NSAID)계열의 진통제 중 일부(이부프로펜, 나프록센)가 알츠하이머병 증세를 유발하는 독성 뇌단백질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퇴적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플라크의 형성을 차단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 신경세포들의 기능을 마비시켜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기억 상실과 인식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의과대학 분자약리학 교수 호르헤 바리오 박사는 3월31일자 '신경과학'에 발표될 연구보고서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징표인 손상된 뇌세포와 결합해 형광을 나타내는 화학물질(FDDNP)에 이부프로펜과 나프록센을 섞어 시험관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샘플에 투입한 결과 이 진통제들이 아밀로이드의 중심을 파고들어 이 독성 단백질의 응집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뒤이은 시험관 실험에서 이 진통제들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해체하고 그 형성을 막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바리오 박사는 말했다.

◇바리오 박사는 이 일련의 실험결과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결론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NSAID계열의 진통제들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단백질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을 지연시킨다.

이는 이러한 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낮은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연구결과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뇌세포 파괴와 임상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미리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바리오 박사는 그러나 NSAID계열의 진통제 중에서도 아스피린, 비옥스, 셀레브렉스 등은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NSAID계열의 진통제가 모두 똑같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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