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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포스텍, 체계적 기술교육 덕 창업 성공 많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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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호 08면

[중앙일보 대학평가] 창업·취업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평가를 통한 대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시대가 대학에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평가지표로 도입했다. 대학의 취업지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업 지수’, 창업지원 역할을 요구하는 ‘창업교육 지표’ 등은 지표 도입 이후 대학교육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더 나은 교육환경 조성과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장학금 지급률, 기숙사 수용률, 캠퍼스의 국제화 등의 지표를 도입하기도 했다.

KAIST, 오디션 열어 경쟁 유도 #포스텍, 동기 부여 프로그램 성과 #56개 대 창업 교육 비율 19%로 상승 #인천대는 동아리 운영해 창업 독려

KAIST에서는 매 학기 학생창업 오디션 ‘E*5 KAIST’가 열린다. 각자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가한 팀들은 창업 과정과 비슷한 단계별 미션을 수행한다. 팀별로 배정된 선배 창업인과 전문가에게서 코칭도 받는다.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오디션을 거친 245개 팀 중 67개 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신호욱(25·KAIST 전산학부 4학년)씨가 2018년 11월 설립한 ‘셀렉트스타’도 그 중 하나다. 신씨는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아이디어로 2018년 하반기 오디션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신씨는 “대학 지원 덕에 회사가 궤도에 오르기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KAIST는 1년간 전용 공간(스타트업 스튜디오)과 기숙사를 제공했다. 오디션 멘토였던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신씨의 가능성을 보고 4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처럼 KAIST는 교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과정을 가르치고 시제품을 만들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이 재학생 중 창업교육을 이수한 학생 비율을 분석한 결과 이 대학은 2015년 4위(25.1%)에서 2019년 1위(59.8%)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대학평가팀은 심화되는 청년 취업난 시대를 맞아 청년 창업 활성화를 그 대안으로 제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창업교육 비율 지표를 반영했다. 지난해에는 실제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과 매출, 지원액 등을 비교하는 ‘학생 창업 지원 및 성과’ 지표도 신설했다. 처음 창업교육 지표를 반영한 2015년에는 창업교육을 적극적으로 하는 대학이 드물었다. 56개 대학 중 실습형 창업 강좌가 아예 없는 대학도 15곳이나 됐다. 하지만 대학들이 학생 창업을 주요 지표로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의 창업 교육 비율은 빠르게 늘었다. 56개 대의 창업교육 비율은 2015년 9.7%였지만 2019년엔 19.1%로 높아졌다.

창업 교육 이수 학생 비율

창업 교육 이수 학생 비율

창업 우수 대학들은 기술을 바탕으로 체계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스텍이 대표적이다. 욕창 환자들을 위한 압력센서를 개발한 ‘마이다스 H&T’, AI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 플랫폼을 개발한 ‘플라스크’ 등 재학생 졸업생이 자신만의 기술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포스텍은 학생당 창업지원액이 2번째로 많고 학생당 창업기업수가 4번째로 많은 대학이다. 박용준 포스텍 학생창업팀장은 “창업 동기 부여와 후속성장 지원까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결과, 누구나 쉽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기술과 디자인을 융합한 창업 사례가 많다. 노영조(27·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4학년) ‘이퀄’ 대표는 환경미화원을 위한 소형 전기차 시제품 완성을 앞두고 있다. 노씨는 “멋있는 차는 계속 나오는데 왜 미화원을 위한 차는 개발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씨는 교내 창업강좌인 ‘알파 프로젝트’ 등을 수강하며 문제의식을 키웠다.

오하령 국민대 창업지원단장은 “학문간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보고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국민대는 창업교육 비율이 지난해 3위로 뛰었다.

많은 대학이 창업교육의 양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가천대는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눈길을 끈다. 가천대의 창업강좌당 수강생 수는 2015년 57.9명에서 2019년 12.9명으로 낮아졌다. 실습형 강좌는 0개에서 357개로 늘었다. 그만큼 소규모 실습형 강좌를 통해 실효성있는 교육을 한다는 의미다.

IT 업체를 창업한 정건우(27·가천대 경영학과 4학년)씨는 2018년 수강한 창업강좌에서 처음으로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창업지원단에서 창업캠프, 실전강좌 등을 통해 사업화를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창업 동아리를 활발히 운영하며 창업을 독려하는 대학도 있다. 인천대는 2011년부터 매년 30개 내외 창업 동아리를 발굴해 육성한다. ICT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맞춤형 테니스 훈련기계’를 개발한 권예찬(24·인천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 4학년) 큐링이노스 대표도 지난해 창업동아리를 통해 발굴됐다. 권 대표는 인천대 창업지원단이 소개한 선배기업 덕분에 올해 첫 매출실적(4000만원)도 올렸다. 이런 사례들 덕분에 인천대는 지난해 학생 창업 지원 및 성과에서 4위에 올랐다.

데이터 활용, 기업맞춤 교육…이대·건양대 취업률 높아

건양대 4학년 김영인(22·기업소프트웨어학부) 씨는 지난해 12월 유명 IT서비스 업체 입사를 확정지었다. 동기 7명도 같은 업체에 조기 취업했다. 김씨는 “학교를 다니며 취득한 자격증 덕분”이라고 말한다. 김씨 등 7명은 지난해 8월 프로그래밍 언어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SAP 인증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땄다. 독일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는 기업용 소프트웨어(ERP) 시장에서 세계 1위다.

건양대는 2016년 한국SAP와 함께 기업소프트웨어학부를 설립했다.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부터 참여해 졸업자는 별도 교육 없이 인증시험 응시 자격을 얻는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SAP 전문가로 인정받고 취업예약 협약을 맺은 기업 22곳에 취업할 수 있다. 이 학부 첫 졸업예정자 9명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처럼 건양대는 기업 맞춤형 교육으로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건양대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취업률 1위에 올랐다. 송민선 건양대 취창업지원센터장은 “학생들이 진로·취업·창업 동기유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단순 취업률 대신 졸업자의 전공 계열과 성별 등을 고려해 상대 비교한 지수로 대학의 취업 역량을 평가한다. 지난 5년간(2015~2019년) 취업 지수 상위권에 든 대학들은 산업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취업 정보로 취업난에 대처해왔다.

취업지수

취업지수

이화여대는 5년간 취업 지수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5위로 올랐다. 단순 취업률로 계산할 때보다 높은 순위가 나오는 이유는 이화여대가 다른 대학의 여학생 취업률과 비교해 우수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 대학은 2018년부터 단과대학별, 전공별로 졸업자들이 어떤 진로를 선택했는지 분석해 학생에게 제공한다. 학생들은 필요한 졸업생 현직자 멘토를 소개받을 수도 있다. 최정아 이화여대 인재개발원장은 “학생 개개인에 맞춰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예측 모형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도 졸업생 데이터를 분석한 ‘빅 커리어’ 시스템을 2016년부터 운영한다. 최근 4년간 졸업생이 많이 들어간 기업의 취업자 정보를 모았다. 학생은 선배들이 각 기업에 어떤 스펙으로 합격했는지 알 수 있다. 2016년 취업 지수 9위였던 동국대는 지난해 6위에 올랐다.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현장실습을 강조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미리 산업현장에 가서 직무를 경험해보고 필요한 역량을 쌓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주대는 현장실습 이수 학생 비율이 지난해 4번째로 높았다. 2016년 처음 10위권 내에 들어온 뒤 매년 비율이 높아졌다. 2014년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에 선정되면서 340명(2014년) 수준이던 현장실습 파견학생이 지난해 1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3,4학년 학생 5명 중 1명은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셈이다.

지역 대학 중에는 지난해 현장실습 이수 비율 11위에 오른 선문대가 꾸준히 순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학은 2017년 고용노동부 장기현장실습 프로그램 운영 대학에 선정되면서 실습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장기 실습으로 인해 전공 학점이 부족한 학생은 계절학기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지난해 22개 학과에서 학생 100명이 장기 실습에 참여했다.

부산의 동명대는 현장실습 지표에서 5년간 10위 내에 들었다. 동명대는 대다수 학과에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기업 출신 산학협력 중점교수를 1명 이상 배치하고 있다. 중점교수는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하고 좋은 현장실습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황중기 동명대 현장실습지원센터장은 “좋은 기업이 있어야 현장실습 참여도 늘 수 있다”며 “산학협력 중점교수를 통해 동명대가 동남권 대학들 가운데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명대는 현장실습중개허브센터를 통해 다른 대학과 현장실습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

중앙일보대학평가원=남윤서(팀장), 최은혜, 문상덕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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