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4일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2020년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핵심에 있는 정치검찰”이라고 주장했다. 9년 전 악연을 소개하면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박 담당관은, 윤 총장 비위 의혹 중 핵심인 '판사 성향 분석 문건' 내용은 직권남용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파견 검사의 의견을 보고서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윤석열 찍어내기’ 논란의 중심에 선 박은정 검사와 저의 과거 ‘악연’이 보도된 기사가 있다”며 “2011년의 기억과 오늘의 일이 참 묘하게도 겹쳐진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언급한 악연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나꼼수)’ 출연진이 제기한 ‘기소청탁 의혹’을 말한다. 주진우 당시 시사인 기자는 나꼼수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검찰 관계자에게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나꼼수는 또 “나 전 의원이 연회비가 1억원에 달하는 피부과를 다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두 의혹은 선거를 앞둔 국면에서 큰 파문을 낳았고, 이후 나 전 의원과 나꼼수 사이의 고소전으로 번졌다.
박 담당관의 이름은 양측 간 다툼이 계속되던 다음 해 2월 나꼼수 방송을 통해 등장했다. 나꼼수 측은 당시 박 담당관이 “나 전 의원 남편인 김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검찰 수사팀에 양심선언 했다”고 전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기소청탁은 존재하지도, 시도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2005년 어떤 네티즌이 저에 대해 ‘이완용 땅을 찾아 준 판사’라는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제가 원했던 것은 처벌이 아닌 ‘게시물 내리기’ 정도였다. 당사자인 제가 처벌을 원치 않는데 제 남편이 박은정 검사에게 무슨 부탁을 했겠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꼼수가 박은정 검사의 증언이라며 기소청탁설을 주장한 것은 매우 악의적인 허위 음해이자 저에 대한 마녀사냥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박 담당관이 당시 진실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를 회피했다는 주장도 했다. “진실게임 양상이라 당연히 대질조사가 불가피했고, 저희는 기꺼이 응했다. 그러나 2012년 총선 다음 날 서울중앙지검에서 박은정 검사를 조사하기 위해 박 검사가 근무하는 부천지청으로 출발했으나 박 검사가 돌연 휴가를 내고 잠적해버린 것"이라는 게 나 전 의원의 기억이다.
이후 나 전 의원과 나꼼수 간 고소전은 양측 모두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김 판사와 박 담당관 사이의 통화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해당 통화를 어떻게 볼지는 양측의 견해 차이라는 이유였다.
또한 박 담당관은 논란이 커지자 2012년 3월 당시 검찰 내부 게시판 글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가 반려돼 검찰에 복귀했다. 이후 여성아동 대상 범죄 수사를 주로 하며 검찰 내 성범죄 전문가로 일했고, 추 장관 취임 이후엔 감찰담당관에 임명됐다.
나 전 의원은 “2011년 저를 힘들게 했던 정치검찰 박은정과 2020년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핵심에 있는 정치검찰 박은정. 언제쯤 거짓과 탄압의 거악(巨惡)을 끊어낼 수 있을지 씁쓸하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