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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수능, 초고난도 '킬러문항' 줄었다…대체로 지난해와 비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지난해 수능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에 비해 국어와 수학 나형은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고, 수학 가형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초유의 ‘마스크 수능’을 맞아 출제진이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한양대 교수는 3일 오전 브리핑에서 “출제위원 모두 코로나로 인해 수험생이 어려움을 겪은 것을 잘 알고있다”며 “출제 계획 단계부터 특별히 어렵다는 인식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초고난도 문항에 대해서는 “작년부터 초고난도 문항을 피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올해도 피하려 최대한 애썼다”고 답했다.

국어, 익숙한 유형…어려운 개념 없어 

실제로 문제를 분석한 교사와 입시 전문가들은 초고난도 문항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1교시 국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약간 쉽다는 분석이 많다. 윤상형 영동고 교사는 “기존 출제 유형이 유지됐고 어려운 개념도 출제되지 않아 무난했다”며 “국어 난이도 상승 요인이 독서 지문인데, 올해는 어렵지 않았고 수학적 계산이 필요한 문제도 없어 체감 난도가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국어를 쉽게 출제하려는 의도가 보여진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주 늦춰진 이번 수능은 역대 최소인 49만3433명이 응시한 가운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사진기자협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주 늦춰진 이번 수능은 역대 최소인 49만3433명이 응시한 가운데 전국 86개 시험지구 1383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사진기자협회

국어는 2019학년도 수능에서 생소한 경제 관련 개념이 등장하고 계산이 필요한 문제가 나와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혔고, 지난해 2020학년도 수능도 대체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초고난도 문항이 나오지 않아 대체로 수험생 부담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학, 킬러문항 쉬웠지만 나머지가 어려워

2교시 수학은 이과가 주로 선택하는 가형과 문과가 주로 선택하는 나형의 평가가 엇갈렸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가형은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은 반면 나형은 비슷하거나 쉬웠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능에서 가형이 계속 쉬운 편이었고 나형이 어려웠던 것을 고려하면 가·나형의 난이도 격차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21·30번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지만 킬러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의 난이도가 올라가 전체적인 체감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비슷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형의 경우 전반적인 난이도가 높아져 수험생이 당황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초고난도 문항은 다소 쉬워진 반면 4점 문항 대부분의 난이도가 올라가서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며 "시간 안배가 매우 중요한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김정환 대구혜화여고 교사도 “고난도 문항 개수가 늘었고 EBS 연계율도 낮아져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 '원격수업' 다룬 지문도 출제

3교시 영어는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쉬웠고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는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이 나온다.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이 7.4%로 나타났기 때문에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라면 부담이 크지 않은 시험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문제 구성이 지난해 수능과 똑같고 최근 사회 변화와 관련된 지문들이 많아 학생들이 싫증내지 않고 접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 영어 지문에는 최근 인기를 모으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에 관한 지문을 비롯해 미디어 환경 변화, 온라인 판매, 저작권 등의 내용을 담은 지문이 나왔다. 특히 폭설로 온라인 수업을 받는 형제에 대한 지문이 출제돼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이 일상화된 수험생이 익숙하게 접근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반응 엇갈려…교사들 "수학이 관건"

수험생들은 국어는 대체로 평이했다는 반응이 많지만 수학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고3 심은비(18)양은 "국어는 EBS 연계 지문이 많아 체감상 어렵지 않았고, 수학 나형은 4점 짜리 문제만 조금 어려웠을 뿐 전체적으론 쉬웠다"고 말했다. 채진주(18)양도 "국어는 EBS 지문이 그대로 나왔고, 수학 나형은 작년엔 못 푸는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반면 졸업생 남재훈(20)씨는 "평소 1~2등급을 받는데, 이번 수능의 국·영·수는 까다로운 문제들이 있어 꽤 어려운 편이었다"고 말했다. 졸업생 이태헌(20)씨도 "국어는 좀 쉬웠는데 수학 가형은 문항 배치가 달라진 것 같은 낯선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올해 수능이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가운데 수학 성적이 합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수학 가형은 난도가 높아졌고, 나형은 변별력이 높았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 정시에서 인문계 자연계 모두 수학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김지아·윤상언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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