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 조슈아 웡 등 운동가 3명에 실형 선고

중앙일보

입력 2020.12.02 17:51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24)이 2일 불법 집회 조직·선동 혐의로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았다.

홍콩 웨스트카오룽 치안법원에 따르면 동료 아그네스 차우(23)는 불법 집회 선동·참가 혐의로 징역 10개월, 이반 램(26)은 불법 집회 선동혐의로 징역 7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날 법정에서 징역형이 선고되자 조슈아 웡은 "힘든 것을 알지만 버텨야 한다"고 큰소리로 외쳤고, 아그네스 차우는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아그네스 차우가 실형을 선고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민주화운동가 3인이 불법집회 조직 선동 혐의로 2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왼쪽부터 조슈아 웡, 이반 램, 아그네스 차우. [AF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운동가 3인이 불법집회 조직 선동 혐의로 2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왼쪽부터 조슈아 웡, 이반 램, 아그네스 차우. [AFP=연합뉴스]

홍콩 데모시스토당 간부 출신인 이들 3명은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해 구류 처분을 받고 수감돼왔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완차이 지역 경찰 본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규모 시위의 조직·가담·선동 혐의를 받았다.

2014년 홍콩의 ‘우산 혁명’을 주도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조슈아 웡이 출소해 군중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웡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과 송환법의 철폐를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4년 홍콩의 ‘우산 혁명’을 주도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조슈아 웡이 출소해 군중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웡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과 송환법의 철폐를 요구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수천 명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일어난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홍콩 경찰청에 계란을 투척하고 벽에 낙서했다.

이들 3명의 유죄 인정은 변호인들과 논의 끝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가해진 '불법 집회' 죄명이 올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기 전에 일어난 행위이기 때문에 종신형은 피할 수 있다는 법적 조언을 받은 것이다.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또 징역을 살면서 감옥에서 투쟁을 이어간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웡과 차우다. 이들은 10대 시절이던 지난 2014년 '우산 혁명'의 주역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우산 혁명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직선제를 요구하기 위한 시위로 시작됐다. 당시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우산 혁명이란 이름은 시위대가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 등을 막아내 붙여진 이름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왼쪽)와 영화 '뮬란'의 주연배우 유역비(오른쪽)를 비교하는 사진이 트위터를 달궜다. [트위터 캡쳐]

홍콩 민주화 운동가 아그네스 차우(왼쪽)와 영화 '뮬란'의 주연배우 유역비(오른쪽)를 비교하는 사진이 트위터를 달궜다. [트위터 캡쳐]

지난 1일(현지시간) BBC는 지난달 수감 전 진행된 아그네스 차우와의 인터뷰를 이날 공개했다.

민주화운동을 해온 아그네스 차우는 사회적 관계망(SNS)에서 '진짜 뮬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올해 9월 개봉한 디즈니 영화 '뮬란'이 중국의 반인권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비난이 일며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을 때, SNS에서는 우산 혁명을 주도하며 민주화 운동을 펼친 차우가 '진짜 뮬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차우는 BBC에 "내가 뮬란이라는 명칭으로 불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홍콩 문제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우는 "홍콩인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갈망하고 있지만, 홍콩은 점점 절망적인 곳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절망과 두려움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그네스 차우와 함께 홍콩 데모시스토당을 만들었던 네이선 로가 지난 8월 차우의 체포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전하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로는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네이선 로 트위터 캡처]

아그네스 차우와 함께 홍콩 데모시스토당을 만들었던 네이선 로가 지난 8월 차우의 체포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전하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로는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네이선 로 트위터 캡처]

차우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네이선 로(26) 등 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망명했으나 자신은 홍콩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단 수감 생활을 하게 된 웡과 차우에게는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웡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불법 집회에 가담한 혐의로도 기소 위기에 처해있다.

차우는 지난 8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일단 보석 석방됐다. 홍콩 보안법은 분리주의, 국가 전복, 테러, 외세와의 유착 등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이에 대해 유죄가 선고될 경우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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