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월에 이어 또다시 열병식을 준비하는 각종 징후를 보여 관계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1월 8일)과 개최를 예고한 8차 당대회에 맞춰 열병식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관계당국, 김정은 생일(1월 8일) 개최 촉각 #조 바이든 취임식(1월 20일) 연관 분석도
1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이 매일 3~4차례 전투기를 띄우는 등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을 한·미 관계 당국이 파악했다. 북한은 지난 10월 심야에 개최한 열병식에 LED 전등을 단 전투기를 처음으로 등장시켰고, 신형 탄도 미사일과 첨단 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마친 뒤 일부 병력을 평양 인근 공항에 남겨두고 곧바로 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보 당국은 또 북한이 열병식 준비에 착수한 시점과 내년 1월 8차 당대회 개최가 점쳐진다는 점을 종합할 때 1월에 열병식을 한번 더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지낸 뒤 곧바로 ‘80일 전투’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6일 북한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며 “전당, 전국, 전민이 ‘8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당 제8차 대회를 빛나게 맞이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북한의 80일 전투가 지난 10월 12일 시작해 이달 30일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80일 전투가 시작된 때로부터 어느덧 40여 일이 지났다”며 “모든 당 조직들은 80일 전투 목표수행에 당 사업의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라며 성과를 독려했다.
이와 관련, 2016년 5월에 열린 7차 당대회는 앞서 진행한 ‘70일 전투’가 끝나고 3∼4일 지난 후 개최됐던 전례가 있다.
관계 당국은 최근 북한군의 열병식 개최 움직임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1월 8일)과 맞물리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 생일에 맞춰 열병식을 하거나, 열병식 내용에 생일을 상징하는 연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2018년 2월 건군 70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이뤄진 연습에서 북한 군인들이 1월 8일을 의미하는 ‘1.8’ 대형을 만드는 모습이 포착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2월 8일 건군 70주년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미리 연습했던 ‘1.8’ 대형을 선보이진 않았다. 북한은 선대인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김 위원장의 생일을 아직까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이 1월 20일이라는 점을 1월 열병식 개최와 연관시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던지는 차원에서 (핵실험,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이 아니라) 저강도 도발인 열병식을 개최하거나 (실제 개최하진 않으면서) 준비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