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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김정일 제거하려했던 북한군 6군단, 영원히 제거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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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26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기념해 백두산 기념권총을 수여한 후 권총을 치켜든 군 지휘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군과 정보당국의 도움을 받아 얼굴이 식별된 군 지휘관의 이름을 표시했다. 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26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기념해 백두산 기념권총을 수여한 후 권총을 치켜든 군 지휘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군과 정보당국의 도움을 받아 얼굴이 식별된 군 지휘관의 이름을 표시했다. 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최근 군단장급 지휘관을 대거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한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당일 오후 7시 녹화 방송했다. 방송에서 북한은 열병식에 참가한 부대들과 각급 부대와 지휘관을 소개했다.

10일 열병식서 공개한 군부대 명단에서 #95년 쿠데타 모의했던 6군단만 빠져 #고위 탈북자 "체제전복 시도한 부대, 역사에서 지우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관할하는 전략군 사령관으로 새로 임명된 김정길 상장이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관할하는 전략군 사령관으로 새로 임명된 김정길 상장이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한 군 지휘관들의 면면을 보면 이은경 강반석혁명학원 원장(육군 소장) 등 일부를 제외하곤 2018년 열병식 때와 비교할 때 대부분 교체됐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관할하는 전략군 사령관(김락겸→김정길)도 바뀌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2016년 6월 화성-10(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맨 왼쪽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사람은 김락겸 전 전략군 사령관. [중앙포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운데)이 2016년 6월 화성-10(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맨 왼쪽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사람은 김락겸 전 전략군 사령관. [중앙포토]

이날 북한이 공개한 육군 군단급 부대는 1~12군단과 평양방어군단 등 13개 군단 중 11개다. 북한은 이날 “서남 관문을 믿음직하게 지켜나가는 4군단, 군단장 박광주 상장”, “북부지대의 난공불락 요새 9군단, 송영근 중장”, “동쪽 관문의 10군단, 군단장 이용철 중장” 등의 방식으로 열병식에 부대가 등장할 때마다 상세히 소개했다.

이 가운데 6군단과 11군단은 빠졌다. 우선 11군단은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부대로, 북한이 유일하게 지휘관을 소개하지 않고 “만능 싸움꾼, 특수작전군”이라고 언급한 부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6군단과 관련해선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부대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위부대(당중앙위 호위처, 호위국, 호위사령부)를 비롯해 군부대의 위치와 군단장 계급, 이름까지 세세히 밝힌 점을 고려하면 아예 6군단은 열병식에 참여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6군단은 1990년대 중반 발생한 ‘6군단 사건’ 이후 북한군 편제에서 빠졌다”며 “이후 북한이 12군단 등 새로운 군단을 창설하면서도 6군단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6군단 사건’은 1995년 당시 함경북도 청진에 사령부를 두고 있던 6군단에서 발생한 쿠데타 모의 사건이다. 당시 6군단 정치위원을 중심으로 하급부대 지휘관 및 행정기관 관계자 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를 전복하려는 쿠데타를 모의하다 사전에 발각됐다.

고위급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시 6군단 정치위원은 군단장(김영춘)을 배제한 채 국경 지역에서 외화벌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해 ‘작전’ 세력을 확대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김영춘 당시 6군단장이 이를 눈치챘고, 군 보위사령부 등과 함께 이들을 진압했다.

이 사건 이후 김영춘은 그해 10월 총참모장에 오른 뒤, 인민무력부장, 국방위 부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2018년 8월 사망할 때까지 승승장구했다.

익명을 원한 탈북자는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향해 손가락질만 해도 대역죄인 취급을 받는다”며 “사건 발생 이후 관련자들의 친척들까지 처형하고, 군단을 해체한 뒤 25년이 지났지만, 체제를 전복하려 한 부대를 역사에서 지우려는 차원에서 6군단을 부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박용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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