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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로 갔나, 5만원권 발행 이후 환수율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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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 들어 한국은행의 5만원권 환수율이 2009년 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10월 5만원권 환수율은 25.4%을 기록했다. 지난해(60.1%)나 2018년(67.4%)과 비교하면 5만원권 환수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작년 60% 였던 환수율, 올핸 25.4% #코로나·저금리로 현금 사용 급감 #한은 “지하경제 숨을 가능성 없다”

한은이 올해 들어 10개월간 발행한 5만원권은 21조9000억원어치인데 한은 금고로 돌아온 것은 5조6000억원어치에 그쳤다. 나머지 16조4000억원어치는 시중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얘기다. 올해 5만원권 순발행 규모(발행액-환수액)는 기존 최고 기록인 2015년(12조3000억원)을 뛰어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5만원권 환수율 추이

5만원권 환수율 추이

일부에선 5만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한은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하경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주고받은 뒤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거래를 말한다. 예컨대 손님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현금을 냈을 때 식당 주인이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지하경제에 해당한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숙박업 등의 대면 상거래가 부진해진 것을 5만원권 환수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런 업종에선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편인데 대면 상거래가 위축하다 보니 현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저금리로 경제 주체들의 현금 보유 성향이 커진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봤다. 금리가 높을 때는 5만원권을 은행에 맡겨 이자 수익을 기대하지만, 금리가 낮을 때는 그냥 현금으로 갖고 있으려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한은은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내렸다.

5만원권 환수율은 연도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발행 첫해인 2009년 7.3%였던 5만원권 환수율은 2012년 61.7%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2014년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25.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2018년까지 4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해외에서도 고액권을 중심으로 현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액권의 환수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5만원권 환수율 하락이) 지하경제로의 유입 등 구조적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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