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村' 소녀 교사 중국 울려

중앙일보

입력

'에이즈 고아(孤兒)'들을 가르치는 열세 살의 소녀 저우진융(周金永)이 중국 대륙을 울리고 있다.

중국 허난(河南)성 상차이(上蔡)현 허우양(後楊)촌. 4천여명의 주민 중 1천5백명이 에이즈에 감염됐고, 지난 5년간 1백60명이 숨져 전형적인 '에이즈 촌(村)'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을 이기지 못해 피를 뽑아 팔다가 화를 당했다.

周양은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에게 한자와 산수 등을 가르치는 '꼬마 교사(小敎師)'다. 자신도 두살 때 아버지를 잃고, 큰 언니와 오빠 역시 에이즈 환자인 불우한 처지다. 작은 언니는 지난해 에이즈 판정을 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창 배워야 할 周양이 교단에 선 것은 바로 가난과 에이즈에 대한 투혼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9월 학비를 못내 중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그러다가 이 마을 주민 청둥양(程東陽)이 만든 '에이즈 고아 유치원'에서 세살부터 일곱살까지의 학생 10명을 가르치는 교사로 변신했다. 程씨의 "에이즈 고아들이 자라 다시 빈곤과 무지의 늪에 빠져선 안된다"는 결심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周양은 공부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학교에 돌아가 죽도록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을 달랠 수 없어서다. 침대 머리엔 중1 때 수학 경시대회에서 받았던 1등 상장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어른이 되면 훌륭한 의사가 돼 에이즈 특효약을 만들고야 말겠다"고 입술을 깨문다.

한편 유엔 에이즈기구(UNAIDS)는 중국의 에이즈 감염자가 이미 1백50만명에 이르렀고, 2010년께 1천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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