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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비극 막을까, 1년에 두 번 신고된 아동 72시간 지나서도 보호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1년에 두 차례 신고된 학대 아동을 3일(72시간) 지나서까지 가정에서 떼어놓을 수 있게 된다. 현재도 아동을 학대 행위자로부터 임시로 격리해 보호할 수 있었지만 이런 응급 조치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있었다.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아동학대 사건 관련 합동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최근 16개월 입양아가 3차례의 신고에도 보호자로부터 분리되지 못한 것이 비극적 결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경찰청, 16개월 영아 사망 사건 후속 대책 내놔 #두 번 이상 신고, 상처 있으면 무조건 분리토록 지침에 명시

앞서 지난 19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의 아동학대 종합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정부는 아동학대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정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에서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현저한 경우 경찰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피해 아동을 보호하게끔 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 위급성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고 많은 학대 아동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재신고된 사례 가운데 학대로 의심되는 멍 등 상처가 발견되는 경우 우선 보호 시설 등으로 분리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두 차례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이런 상처가 있으면 3일간(72시간) 응급 분리하도록 지침에 명시했다. 의료인이 신체적 학대 정황을 포착해 신고할 경우에도 72시간 동안 아동을 무조건 분리 보호하도록 한다. 아동을 적극 분리한 뒤 수사 등을 진행해 실질적으로 아동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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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내에 두 번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면 지자체가 보호 조치를 결정할 때까지 아동을 계속 분리해 보호할 수 있도록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한다. 현재는 분리·보호하더라도 72시간이 지나면 원가정으로 복귀해야 했다. 더 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해선 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지만 결정까지 시간이 길게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재학대로 인한 중상해, 사망 등 더 큰 피해를 입은 경우도 나왔다.

아동학대 현장 조사도 강화한다. 당초 필수 대면 조사자 범위를 피해 아동과 학대행위자, 보호자, 학대를 신고한 의료인, 보육·교육기관 종사자, 형제·자매 등에서 피해 아동의 이웃 등 주변인을 추가하면서다.

복지부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나 장애아동에게서 상흔이 발견될 경우 반드시 병‧의원 진료를 받도록 할 것”이라며 “과거의 골절 흔적, 내상 여부 등 학대의 흔적을 더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주최로 진행된 '16개월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관련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회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16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주최로 진행된 '16개월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관련 항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회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아동학대 대응 업무 매뉴얼 등을 개정해 12월 1일부터 현장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최종균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이번 양천구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아동학대가 여러 차례 신고됐지만, 확실하게 학대로 판단하지 못해 응급조치 등 선제적 대응 노력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반복 신고, 의료인 신고 등 아동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 우선 아동을 분리 보호하여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4년 1만7791건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 4만1389건까지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건수 또한 2014년 1만27건에서 지난해 3만45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3만45건의 가해자는 부모가 2만2700건(75.6%)으로 가장 많았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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