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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난상토론] 김치찌개

중앙일보

입력

신 김치를 숭숭 썰어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바글바글 끓이는 김치찌개. 대한민국 주부라면 누구나 자신있는 요리로 꼽는 메뉴다. 그러나 정작 김치찌개를 끓여 한 숟가락 간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고개를 양쪽으로 갸우뚱 갸우뚱하다가 소금과 마늘을 더 넣어본다.그리고 또 한번 맛을 본다. 이번에도 고개를 흔든다. 무언가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바글바글 끓는 냄비를 양손에 들고 식탁으로 향하지만 자신 만만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주부들은 한결같이 "쉬운 것같지만 생각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게 김치찌개다. 어릴 적 친정엄마가 끓여주던 그 맛이 안난다. 콧등의 땀을 훔치며 먹던 유명한 김치찌개집 맛엔 더 어림없다"며 푸념한다.

주부들의 영원한 숙제인 김치찌개 맛있게 끓이기.

김치찌개 메뉴 하나로 22년째 서울 한복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광화문집'의 주인겸 주방장인 노병복(60)씨,'살아있는 김치 전설'로 통하는 김치전문가 강순의(56)씨, 한창 요리에 재미를 붙인 결혼 4년차 주부 윤조현(30)씨가 한자리에 모여 김치찌개 대담을 벌였다.

<윤조현표 김치찌개>

▶재료=잘 익은 김치 바깥잎 8장, 돼지고기(목살)1백20g, 두부 1/4모, 대파 1/2뿌리,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참기름 1/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사이다 2큰술, 소주 1큰술, 육수 4컵(멸치 5마리와 다시마(가로×세로 10㎝)를 7분간 끓인 물), 식용유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법=①돼지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도톰하게 썰고, 고춧가루.소주.사이다.마늘.생강.후추.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버무려 30분정도 재워 둔다. ②냄비에 김치 숭덩숭덩 썰어 넣고 식용유로 볶은 뒤 돼지고기와 육수를 붓고 중간불에서 뭉근히 끓인다. ③두부는 돼지고기 크기와 비슷한 크기로 썰고, 대파도 반으로 갈라 한 입 크기로 어슷썬다. ④김치가 어느 정도 물러지면 썰어 놓은 두부.파를 얹고 한소끔 더 끓인다. ⑤부족한 간은 김치국물과 약간의 소금으로 한다.

▶윤조현=광화문집 김치찌개를 먹으려는 손님들이 하루종일 줄을 잇는데 맛내기 비결을 조금만 알려줄 수 없을까요.

▶노병복=남들은 큰 비법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잘 익은 김치에 질 좋은 돼지고기를 쓰는 것 밖에 없어요. 찌개용 김치는 따로 담가서 써요. 배추를 절일 때 오래 절이지 않아요. 김치 양념은 거의 같은데 젓갈을 쓰지 않아요. 돼지고기는 반드시 얼리지 않은 목살 부위만을 쓰지요.

▶강순의=음식점에서 김치찌개에 넣는 김치는 반찬으로 올리는 김치와 달라요. 소금과 기본 양념만으로 김치를 담가야 해요. 반찬 김치처럼 젓갈을 쓰면 김치찌개의 칼칼하고 상큼한 맛이 떨어지죠. 그리고 약간 짜게 담가야 해요. 김치의 간이 국물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죠.

▶윤=가정집에서 따로 김치찌개용 김치를 담가서 쓸 수도 없는 일인데….

▶강=그렇지요. 먹던 김치를 이용해 찌개를 끓여야 하니까. 그렇다고 설 익은 김치는 쓰지 마세요. 좋은 맛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너무 신 김치는 양손으로 꾹 짜서 다시 김치 양념을 해서 끓이면 감쪽같이 훌륭한 김치찌개가 돼요.

▶윤=김장 김치의 경우 김치속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강=속은 대충 털어낸 뒤 김치만 쓰도록 하세요. 찌개속에 들어가면 지저분해져요. 가정집 김치는 속 부분은 반찬으로 먹고 겉부분만 모아서 끓이면 더 맛이 납니다. 겉부분이 속보다 짜기 때문이죠.

▶윤=육수는 따로 준비를 해야 하나요.

▶노=우리 음식점에선 육수를 쓰지 않아요.맹물을 붓는 대신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 씁니다. 양념장에 들어가는 재료나 양은 정확하게 밝히긴 어렵지만 고춧가루와 마늘.생강 다진 것, 그리고 소주와 사이다 등이 들어가요.

▶강=영업하는 곳에선 작업 시간이나 인건비 등을 고려해서 음식을 만들지요. 가정에서 육수를 따로 준비하고 싶다면 멸치와 다시마를 쓰세요. 멸치는 대가리와 내장을 떼고, 다시마와 함께 끓이는데 너무 오래 끓이면 텁텁한 맛이 나므로 7~8분만 끓이도록 합니다. 김치찌개 맛이 한결 개운할 겁니다.

▶노=돼지고기도 국물 맛을 좌우합니다. 살코기와 비개가 적당히 섞인 목살부위가 좋아요. 고깃값을 후하게 치러야 윤택한 맛이 나지요.

▶윤=제가 고기 쓰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네요. 주로 냉동실에 오래 있던 것을 버리기 아까워 찌개에 넣은 적도 많았는데…. 돼지뼈 국물이나 어묵 등을 넣어서 끓이면 어떨까요.

▶노=아무것이나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국물이 탁해지고 맛이 떨어지지요. 김치찌개는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것이 최고 아닌가요.

▶강=일반적으로 김치찌개를 끓일 때 돼지고기와 김치를 냄비에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고기 맛이 떨어집니다. 돼지고기는 따로 양념해 두었다가 김치가 한바탕 끓은 뒤 함께 넣고 끓여야 고기 맛이 살지요.

▶윤=김치를 볶을 때 들기름을 쓰면 더 맛있다고 하던데 괜찮을까요.

▶강=평소 익숙하게 쓰지않았다면 피하는 게 좋아요. 맛과 향이 강해 김치찌개의 개운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일반 식용유나 참기름을 쓰면 무난해요. 김치가 덜 익었다고 식초를 넣거나 너무 시다고 설탕을 넣기도 하는데 둘 다 잘못된 것입니다. 김치로 자연스럽게 맛을 내야 친정엄마 손맛의 김치찌개가 만들어집니다.

▶노=김치찌개를 끓일 때 고추장으로 간을 하는 경우도 있던데 텁텁한 묵은 맛이 돌아 좋지 않아요. 매운 맛은 고춧가루로 맞춰야 깔끔한 맛이 납니다. 고춧가루는 매운 것과 덜 매운 것을 적당히 섞어 매운 정도를 맞추면 됩니다. 두부.흰떡.당면.라면 등은 기호에 따라 넣어 먹습니다. 찌개를 먹다 남길 경우 국물이 걸죽해지고 지저분해지므로 한끼에 먹을 만큼만 따로 덜어서 끓여 먹어야 합니다.

▶윤=곧장 집으로 돌아가 김치 한포기 꺼내 숭덩숭덩 썰어 대한민국 대표메뉴인 김치찌개를 맛나게 끓여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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