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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꾸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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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홍대 인근에서 재밌는 전시가 열렸다. 제목은 ‘아임 디깅(I’m digging)’. 마케터, 음악가, 일러스트레이터, 목수,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17명이 100일 동안 자신의 관심사를 기록한 노트를 전시하는 자리였다. 대기업 마케터는 자신의 일을, 브랜드 디자이너는 평소 들었던 음악을, 등산 마니아는 그동안 정복한 산에 관한 정보를 빼곡하게 정리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디깅’은 땅을 깊게 파 내려간다는 뜻. 전시를 기획한 ‘소소문구’ 유지현 대표는 “노트 한 권에 100일간 자신의 관심사를 기록하다 보면 누구나 나만의 금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가 기획한 ‘아임 디깅’ 전시 노트 중 하나. 마케터 올리부(필명)가 100일 동안 흥미가 가는 작은 물건들과 브랜드를 기록했다. 장진영 기자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가 기획한 ‘아임 디깅’ 전시 노트 중 하나. 마케터 올리부(필명)가 100일 동안 흥미가 가는 작은 물건들과 브랜드를 기록했다. 장진영 기자

일도, 휴식도, 메모도 스마트 폰으로 해결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다꾸족’은 존재한다.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 다꾸족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이어리 꾸미기에 흠뻑 빠진 사람들이다. 색색의 형광펜은 기본. 다양한 종류의 스티커, 직접 그린 그림, 오늘 다녀온 카페의 영수증도 다꾸족에게는 모두 유용한 도구다(사진).

매년 이맘때면 카페 브랜드들이 제작한 한정판 다이어리를 얻기 위한 ‘다이어리 대란’이 벌어진다. 치사한 마케팅 전략이지만 종이 다이어리에 열광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선 고맙다. 심지어 올해는 ‘다꾸 세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스티커까지 준비한 브랜드가 많다.

그리기, 낙서하기, 붙이기는 종이와 펜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멍 때리기’ 방법들이다. 관심사를 깊이 파 내려가도 좋고, 멍 때리는 용으로 사용해도 좋다. 어쨌든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다이어리(노트) 한 권 사야겠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