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3.1m, 무게 586㎏에 이르는 대형 닻돌(닻을 매다는 돌)이 수중 유적인 제주 신창리 해역에서 나왔다. 신창리 해역 수중유적은 중국 남송(1127∼1279) 시대 도자기가 다량 발견되고 있는 곳으로 이번 닻돌 역시 과거 중국 무역선이 난파한 흔적으로 보인다.
길이 3.1m, 무게 586㎏…송대 닻돌 중 최대 #신창리 수중유적서 중국 동전도 다량 확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국립제주박물관은 지난 5월 말부터 7월까지 실시한 제주 신창리 해역 수중발굴조사에서 중국 도자기, 동전과 함께 대형 닻돌 1점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닻돌은 두 조각으로 쪼개진 채 발견됐다. 전체적으로 긴 마름모꼴로 중앙부가 두툼하고 양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다. 닻돌 중앙부에는 22㎝의 얕은 홈이 있으며, 고정못을 설치하기 위한 폭 7㎝가량의 홈도 확인됐다.
연구소는 "이런 형태의 닻돌은 중국 송·원대에 유행하던 것으로 나무로 된 닻가지(닻에 달린 갈고리)와 결합돼 배를 정박시키는 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닻돌은 길이 310㎝, 중심부 폭 36㎝, 중심부 두께 29㎝, 무게 586㎏으로 그간 국내에서 발견된 4점(충남 태안 마도 해역 3점, 전남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1점)은 물론, 이제까지 발견된 송대 닻돌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양장(陽江)시 앞바다에서 발견된 난하이(南海) 1호의 닻돌이 길이 310㎝, 무게 420㎏으로 가장 컸는데 신창리 해역 닻돌은 이와 비교할 때 길이는 비슷해도 무게가 1.4배 더 나간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양순석 연구관은 “닻돌이 크면 무역선의 크기가 그만큼 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신창리 해역의 난파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난하이 1호와 크기를 견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인양된 송대 무역선 난하이 1호는 잔존길이 22.1m, 잔존 폭 9.35m로 선체 내부에서 18만여 점의 유물이 확인된 바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선 중국 동전과 도자기도 확인됐다. 연구소는 "이번에 발견된 동전은 경덕원보(景德元寶), 희령원보(熙寧元寶), 선화통보(宣和通寶)로 모두 북송시대(960∼1127)에 주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덕원보와 희령원보는 제주 육상의 절터 등에서 발견된 적 있고 1970년대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신안선에선 수십t 가량의 다양한 동전이 나온 바 있다. 양 연구관은 “과거 바닷길을 통한 남송과 일본, 혹은 한반도 본토 등 동아시아 국제교류에서 제주도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제주 신창리 수중유적은 1983년 3월 해녀가 조업 중 발견한 금제장신구를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지난해 첫 정식 발굴조사에서 중국 남송 시기 저장성 룽취안(龍泉)에서 제작된 다량의 도자기(조각)와 상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장 2점 등이 확인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