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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노총은 명분 없는 25일 집회 취소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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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부터 수도권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서울시는 10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연일 4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1, 2차 때보다 훨씬 심각한 3차 유행이 코앞에 왔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수의 시민은 각종 연말 모임까지 취소하고 다시 방역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자영업자 위기에 3차 대유행 극한 상황 #강행하면 강경 대응하고 책임 물어야

그러나 민주노총만 25일 총파업과 전국적인 집회를 예고하며 거꾸로 간다. 노조 간부와 파업 참가자 중심으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반대하고 노동자 권익을 강화하는 ‘전태일 3법’의 입법을 촉구하는 게 목적이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외면한 채 노조의 이익만 앞세운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친다. 두 달여 전 극단적 선택을 한 노래방 자매의 사례처럼 서민들의 삶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 파업도 아니고 전국에서 집회까지 연다고 하니 어느 누가 공감하겠는가.

지난 8월 보수단체와 민주노총의 광화문 인근 집회에서 보듯 군중이 밀집한 도심 집회는 대규모 감염의 온상이다. 이달 초 0.98이었던 감염재생산지수가 3주 차엔 1.55로 50% 이상 늘며 어제 강도태 보건복지부 차관의 지적대로 ‘일상 속 조용한 3차 유행’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는 감염자 폭증을 부르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게 뻔하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지난 14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어 큰 지탄을 받지 않았나.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는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3차 유행이 목전인 상황에서 전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집회를 강행할 명분은 없다.

아울러 유독 진보단체의 집회에만 미온적인 정부여당의 대응도 바뀌어야 한다. 일일 확진자가 100여 명이던 8월 보수단체 집회 때는 불심검문도 모자라 통신기지국까지 추적해 명단을 파악했다. “집회 주동자들은 살인자”라며 극언도 했다.

오늘부터 2단계 실시로 유흥주점 등은 문을 닫고 음식점은 밤 9시 이후 매장 취식이 불가하며, 카페는 포장만 가능하다. 일상 자체가 뉴노멀인 상황에서 진보단체의 집회만 예외이길 바라는 건 전태일 정신에도 위배되는 특권의식 아닌가. 정부여당은 똑같은 잣대를 갖고 25일 집회에 대처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혹여 지난 14일 집회 때처럼 고무줄 방역 기준으로 느슨하게 대응해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기 한다는 의구심이 나와선 안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25일 총파업과 집회를 전면 취소하고, 정부는 진영에 상관없이 국민 건강을 제1의 원칙으로 삼아 강경하게 대응하기 바란다. “코로나19 방역엔 특권이 없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질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