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GM 한국철수설…노조 엄포용? 출구 전략?

중앙일보

입력 2020.11.19 17:21

업데이트 2020.11.19 17:57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가 19일 오전 인천 부평시 한국GM 서문에서 노사의 협력을 호소했다. 사진 협신회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가 19일 오전 인천 부평시 한국GM 서문에서 노사의 협력을 호소했다. 사진 협신회

임금단체 협상을 두고 시작한 한국GM 노사 간 대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로 한 달 새 2만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자 한국GM의 협력 업체들이 19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GM 본사의 고위 임원은 노조 파업이 길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지난 2018년 한차례 홍역을 치른 '한국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임단협 대치가 한국GM의 해묵은 상처까지 들춰내며 현장에선 긴장감이 돌고 있다.

100군데 협력사 사장 "살려달라"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19일 한국GM 부평공장 앞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노사가 조속히 임단협 테이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모인 100여 명의 협력업체 사장은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로 협력사는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협신회는 "일부 업체는 전기세는 물론이고 직원들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2·3차 협력사 중엔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사는 올해 24차례 교섭을 했지만, 기본급과 성과급 지급 등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또 노조는 2022년 이후 물량이 끊기는 부평 2공장에 대해 고용 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 측은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2공장은 트랙스·말리부를 생산 중이다.

임단협 교착 상태에서 노사는 여론전과 부분파업으로 맞서면서 서로 감정이 상했다. 앞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9월 업계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계속 이러면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노조는 부분파업 빈도를 높였다. 이달 들어선 영업일 14일 중 11일간 파업에 나섰다.

한국GM 노조 부분 파업.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제공=연합뉴스

한국GM 노조 부분 파업.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제공=연합뉴스

급기야 지난 18일엔 미국·중국 외 아시아·남미 등을 담당하는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까지 '한국 철수설'에 불을 지폈다. 키퍼 사장은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수주 안에 노사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과 본사 고위 관계자가 잇달아 '한국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건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철수설, 협상 카드 가능성 높아  

그러나 이는 임단협 테이블의 협상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관측이다. 2년 전 한국GM은 산업은행과 '10년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당시 산은은 GM 철수 후 파급효과 등을 우려해 8000억원을 투자했다. GM은 이에 따라 올해 선보인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와 2022년 연간 20만대 규모로 생산할 크로스오버차량(CUV)을 한국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GM은 부평공장 등 9000여 명의 근로자와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GMTCK) 4500명을 합해 총 1만2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GM 매출·판매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GM 매출·판매대수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 본사 임원의 "장기적 영향" 발언은 지난 6월 미국으로 수출을 시작한 트레일 블레이저가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자 이를 우려해 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서 생산한 트레일 블레이저가 미국의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초기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파업으로 인해 모멘텀이 꺾일 수 있다는 걱정에서 시작된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잘 팔리고 있는 차가 공급이 안 된다고 하니 본사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트레일 블레이저는 북미 시장에서 약 2만대, 트랙스는 8300대가 팔렸다.

노사 대치 장기화, 정부도 곤혹 

반면 일부에선 "GM의 '출구 전략'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산은과 한 약속 때문에 당장 철수를 선언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것처럼 '다운사이징(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2년(2018~2019년)간 한국GM의 영업손실은 1조원에 달했다. 이는 노조가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GM의 장기 전략 측면에서 한국 공장은 매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전기차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으로 보면 중국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다만, GM이 한국의 연구·개발 (R&D) 인프라는 높이 사고 있어 최근 법인을 분리한 R&D 조직 GMTCK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간 극한 대치로 불거진 한국 철수설은 일자리와 협력 업체 상황을 중시하는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 상황과 다르지 않다. GM이 철수라는 말을 꺼낼 처지가 아니지만, 일자리를 빌미로 한국 정부에 또 다시 무언가를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이런 요구가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GM은 부평·창원공장 외에 전국에 50여 군데 전속 1차 협력 업체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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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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