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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메기·꼬막이 금값됐다···겨울 수산물 삼총사 수난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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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지역에 있는 한 굴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굴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통영 지역에 있는 한 굴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굴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굴ㆍ과메기ㆍ꼬막 등 겨울철 대표 수산물 삼총사 수난시대다. 올여름 긴 장마와 태풍에 더해 무분별한 남획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서다.

특히 국내 굴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남 거제ㆍ통영 지역 어민의 시름이 깊다. 본격 출하에 앞서 지난달 22일 진행된 초매식(첫 경매)까지도 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어장 복구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태풍으로 인한 굴 유실에 더해 수하식(씨를 붙인 부착기를 줄로 매 물속에 드리워 기르는 방식) 양식장까지 망가졌다.

여기에 올해 장마가 역대 최장 기간(54일) 진행되면서 많은 빗물이 바다로 흘러가자 바닷속 산소 부족 물 덩어리인 ‘빈산소 수괴(산소부족 물덩어리)’까지 발생했다. 빈산소수괴는 양식 수산물의 질식사를 유발한다. 때문에 올해 남해안 굴 양식장엔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남아있는 굴 등 폐사 피해가 급증했다.

거제에 있는 한 작업장에서 어민들이 굴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홈플러스

거제에 있는 한 작업장에서 어민들이 굴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홈플러스

생산량 감소에 생굴 가격 70%↑

실제로 올해 생굴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생굴 생산량은 7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감소했다. 10월 굴 생산량(1211t)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가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생산량 통계에는 포함돼 있지만, 정작 알맹이는 없는 폐사한 굴도 많다는 점이다.

통영과 거제에서 50년 가까이 굴 양식업을 하는 대흥물산의 이재훈 부장은 “태풍과 긴 장마 등 자연재해 때문에 양식 환경이 예년과 비교하면 훨씬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실제 체감 생산량은 지난해 절반 수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생산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영 굴 수하식수협 기준 11월 중순 생굴 경매가는 10㎏에 12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11월 중순 평균 가격(7만원)에 비교해 70% 가까이 뛰었다.

경북 포항에 있는 한 덕장에 과메기를 말리는 모습. 올겨울 과메기 원재료인 꽁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포항 지역 덕장은 텅 비었다. 사진 홈플러스

경북 포항에 있는 한 덕장에 과메기를 말리는 모습. 올겨울 과메기 원재료인 꽁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포항 지역 덕장은 텅 비었다. 사진 홈플러스

텅 빈 과메기 덕장…“꽁치 대신 청어에 기대”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는 과메기 생산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메기는 수입산 꽁치로 만드는데 꽁치 조업량이 크게 줄면서 수입량도 급감했다.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9월 꽁치 수입량은 1229만 8175㎏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6만 735㎏)보다 39.3% 감소했다.

원재료인 꽁치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최대 과메기 산지인 경북 포항 지역 덕장은 텅텅 비다시피한 상황이다. 배가 뜨는 해안에선 꽁치보다 정어리가 많이 잡히는 데다 먼 바다로 나가도 빈 배로 돌아오기 일쑤다. 꽁치 어장인 북태평양의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먹이인 크릴새우가 줄었고, 대만과 중국, 일본 어선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꽁치를 잡기가 더 어려워졌다.

꽁치 대신 청어로 만든 과메기가 일부 유통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청어 어획량도 예년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국산 청어 생산량은 732t이었지만 올해 9월까지 472t으로 35.5%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만원 중반(35미ㆍ1㎏ 기준)에 형성됐던 과메기 가격은 올해 두 배 이상 올라 6만원 후반대가 될 전망이다.

포항 구룡포에서 20년 가까이 과메기를 생산해 가공ㆍ판매해 온 범진상사 김진희 대표는 “올겨울엔 납품할 수 있는 과메기 물량도 줄고, 원물 가격도 올라 최악의 상황”이라며 “12월 본격적인 출항이 시작되는 청어잡이 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에 있는 새꼬막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전남 여수에 있는 새꼬막 양식장에서 어민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홈플러스

긴 장마 직격탄 맞은 꼬막

지난해 풍년을 맞았던 꼬막도 올여름 긴 장마의 피해자다. 전남 여수 일대 꼬막 채취 어선엔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가득한 상황이다. 남해안을 연거푸 강타한 태풍으로 꼬막 양식 시설이 피해를 업었고, 오랜 장마로 민물이 양식장에 다량 유입되면서 새꼬막이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집단 폐사하고 있다.

수확한 새꼬막을 부두에 내리고 있다. 올해 새꼬막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60~70% 수준에 그쳐 가격은 전년 대비 20% 상승할 전망이다. 사진 홈프러스

수확한 새꼬막을 부두에 내리고 있다. 올해 새꼬막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60~70% 수준에 그쳐 가격은 전년 대비 20% 상승할 전망이다. 사진 홈프러스

올해 새꼬막 생산량은 지난해(7400t)와 비교하면 60~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가격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꼬막은 종패를 어장에 살포한 뒤 다시 거둬들여 이식작업을 거쳐 1~2년 성장시키는 양식법을 사용한다. 때문에 내년에도 생산량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청어 과메기 제품. 홈플러스

청어 과메기 제품. 홈플러스

유통업계, 겨울철 수산물 물량 확보에 고심

겨울철 대표 수산물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유통업계도 물량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체적으로 굴 양식장을 확보하고 산지 직거래를 통해 햇 생굴을 할인된 값에 판다.

새꼬막. 사진 홈플러스

새꼬막. 사진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수산물이력제’를 적용해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이력제 생굴을 판매 중이다. 또 해양수산부와 협업해 굴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꽁치 과메기 대신 청어 과메기 유통망을 확보해 소비 촉진도 하고 있다. 포항시청에서 품질 인증을 받은 협력회사를 통해 청어 과메기 1팩을 1만 900원에 판다.

이력제 생굴 제품. 사진 홈플러스

이력제 생굴 제품. 사진 홈플러스

김명수 홈플러스 수산팀 바이어는 “겨울 제철을 맞은 수산물의 산지 상황이 어려운 만큼 어가와 제조 협력회사 모두 상생하고 고객에겐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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