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제마] 下. 심신 함께 고치는 생활의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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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마다 다른 체질과 심성을 구분, 양생(養生)법을 제시한 사상(四象)의학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심신(心身)의학이다.

질병 치료에 체질론을 적용하는 것은 사상의학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조선조 말 이제마(李濟馬)선생의 의(醫)철학은 사람의 모자람과 더함을 밝혀 삶과 건강의 균형을 찾아주자는 것.

하편에서는 정확한 체질 구별법과 심신 및 예방의학으로 활용되는 사상의학을 다뤄본다.

◇체질 구별 왜 어려운가

직장인 김모(33)씨는 체질론을 믿지 않는다. 여러 한의원에서 체질을 물어봤지만 진단 결과가 달랐던 것.

사상의학이 관심을 끌면서도 한의계에서 조차 평가절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단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원 고병희 원장은 그 배경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체질 진단의 잣대가 각각이라는 점. 용모로 판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동이나 성격, 약물반응, 지문.목소리로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것도 객관적 진단지표로는 부족하다.

현재 사상의학회(회장 원광대 김경요 교수)가 인정하고 대부분의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설문지 QSCC조차 진단 확률은 60~70% 정도.

둘째는 체질의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두 세가지 체질을 공유할 경우 진단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고원장은 "형태학적 특징뿐 아니라 성격이나 기질.성품, 그리고 병증이나 맥 등 종합적인 관찰과 진단을 통해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질별 마음 다스리기

동진한의원 김도순 원장은 "사상의학의 철학은 대동(大同)사상"이라고 규정한다. 다른 체질과 비교, 강점과 약점을 찾아내 좋은 점은 장려하고, 모자라는 것은 보완해 주는 삶의 지혜라는 것.

예컨대 태양인은 성격이 급하고,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성질이 있어 매사에 한발 뒤로 물러서 생각하라는 것이 이제마의 권고다. 반면 소음인은 항상 기운이 정적(靜的)이며, 생각을 하다 실기(失機)하는 경향이 있으니 행동에 적극성을 보이라는 것.

또 '소양인은 비장이 강하고 신장은 약하며, 양기는 실하고 음기는 허하다'며 주색을 멀리하고, 사치하지 말 것을 권했다. 태음인은 재화에 욕심이 많아 주변과의 관계에 소홀할 수 있으니, 탐욕을 줄이고 널리 베풀면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우리한의원 김수범 원장은 "이제마 철학은 오장육부의 기운과 허실을 삶의 자세와 연계해 인생 지침을 제시한 생활의학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방의학.운동에의 응용

사상의학은 예방의학으로서의 활용가치도 크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의주 교수는 "체질별로 건강한 상태를 보여주는 척도가 있어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태양인은 소변이 시원하고 살이 찌지 않아야 건강하지만, 입에 침이 자주 고이고 음식이 잘 받지 않으면 병이 든 것이다. 소양인은 대변 소통이 좋아야 하는데 변비와 함께 가슴에 불덩이가 있는 듯하고, 허리가 안 좋으면 병이 든 것.

태음인은 온몸에 굵은 땀이 고루 잘 나와야 건강하다.하지만 목이 뻣뻣하고, 눈이 피로하면 문제가 있다.소음인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식은 땀이 나면 건강에 유의해야한다.

운동도 체질별로 달리 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교수는 "태양인은 근력을 중심으로 한 파워성 유산소운동, 즉 축구.단거리 달리기가 맞고, 태음인은 장거리 달리기나 등산 등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이 좋다"고 권한다.

또 소양인은 덤벨 등 무산소성 운동과 함께 하체를 단련해야 하며, 소음인은 근육을 키우면서 상체를 발달시키는 운동, 즉 턱걸이.윗몸 일으키기.팔굽혀 펴기 등이 좋다는 것이다.

사상의학회 홈페이지:www.esas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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