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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00만 유튜버, 사기 전과자 섭외해 '마피아 게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튜버 진용진은 14일 '실제 사기꾼을 모아놓고 마피아 게임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유튜버 진용진은 14일 '실제 사기꾼을 모아놓고 마피아 게임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캡처

구독자 200만명에 달하는 유튜버가 최근 올린 영상에서 실제 사기 전과자를 출연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그것을 알려드림'이라는 콘텐트로 유명한 유튜버 진용진은 '실제 사기꾼들을 모아놓고 마피아 게임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17일 오후 2시 기준 조회 수 70만회를 기록했다.

게임 시작에 앞서 진씨는 "마피아에 특화한 사람들로 실제 사기 전과가 있는, 남을 속였던 사람을 모아서 마피아 게임을 해보려고 한다"며 "범죄 사실 증명까지 확인해 준비해봤다. 섭외를 어떻게 한 거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안 그래도 5명이 오는 건데 1명은 도망갔다"고 설명했다. 마피아 게임이란 참여자 중 마피아를 정해두고 대화와 추리를 통해 이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전과자들 "평범하게 살고 있다" 

영상에선 사기 전과자 4명이 가면을 쓰고 나온다. 이들은 본인을 각각 '사기 폭행' '보험 사기' '온라인 사기' 전과자라고 설명하며 "지금은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선량한 시민"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중엔 사기죄로 2년을 복역한 사람부터 벌금을 12번이나 낸 전과자도 있다.

해당 영상에는 댓글 8000여개가 달리는 등 네티즌 반발이 거세다. 진씨의 이번 콘텐트 선정이 경솔했고, '선을 넘었다'는 내용이 댓글의 주를 이룬다. 한 네티즌은 법이 정한 형량이 끝난 거랑은 상관없다"며 "범죄자가 콘텐트로 소비되고 마피아라는 게임의 재미요소로 보이는 건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튜버 진용진의 14일 방송 일부. 유튜브 캡처

유튜버 진용진의 14일 방송 일부. 유튜브 캡처

실제 피해자가 영상을 보게 됐을 경우를 생각하지 못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콘텐트의 핵심은 '사기꾼 전과자들이 게임에서도 사람들을 잘 속일까' 아니냐. 그럼 실제 속아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봐야 하냐" "실제 사기당해본 적 있는 피해자라서 열불 뻗친다" "영상은 내리고 피해자들께 사과해야 한다. 저는 구독 취소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일부는 "이미 죗값을 치렀는데 문제 될 것 있느냐"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또 다른 낙인찍기 안 돼"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전과자는 유튜버 채널 같은 공개적인 미디어에 절대 등장해선 안 된다'는 식의 또 다른 낙인찍기로 비쳐선 안 된다"며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비치거나, 절대 이런 일은 반복하지 않겠다던가 하는 모습을 균형적으로 다루었다면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콘텐트 제작자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트를 제작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스스로 영향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기획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플랫폼이 콘텐트를 제작·유통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유튜버 개개인이 자신의 영향력이 큰지 자각을 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씨는 '차가 막힐 때 맨 앞에 차는 뭐하고 있는 걸까?'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몇 명이 검색해야 할까?' '지하철 잡상인을 따라다녀 봤습니다' 등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궁금했던 잡다한 의문점을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풀어 인기 유튜버로 자리 잡았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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