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7위권' 국적항공사 초읽기…조원태 경영권 승기 잡나

중앙일보

입력 2020.11.16 17:47

업데이트 2020.11.16 21:25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16일 인천공한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16일 인천공한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글로벌 7위권 초대형 국적항공사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KDB산업은행이 16일 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과 2위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해 ‘단일 국적항공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조원태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 위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대한항공도 다른 항공사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많은 고민과 부담이 있었다”면서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총 1조8000억원이다. 인수대금은 내년 초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로 5000억원, 교환사채 발행으로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유상증자 전에라도 산은 투자를 받는 대로 8000억원 전액을 대한항공에 대여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전환사채 3000억원을 인수하고 신주인수대금 1조5000억원에 대한 계약금 3000억원을 지불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저가항공사(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 진에어에 흡수 통합된다. 내년 하반기에는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대한항공 지분을 유지하게 됐다. 한진그룹은 “산은이 한진칼에 출자하는 방식을 통해 안정적인 지주회사 체제를 운영할 수 있다”며 “한진칼 역시 산은으로부터 8000억원 전액을 차입하면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 있고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신속하고 확실하게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항공사들도 M&A로 덩치 키우는 추세   

정부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통한 대형 국적항공사 출범에 나선 것은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항공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2004년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가 네덜란스 항공사 KLM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KLM은 당시 9ㆍ11테러와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렸고, 에어프랑스는 이를 덩치를 키울 기회로 삼았다. 에어프랑스는 KLM 주식 80%를 인수한 후 유럽 최대 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의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도 2009년 브리티시항공(BA)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이후 2015년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까지 인수하면서 흑자 폭을 늘렸다. 2000년대 9ㆍ11테러와 IT버블 붕괴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 항공사들도 M&A로 위기를 돌파했다. 아메리칸에어라인-US에어 등 7개사(2005년), 델타항공-노스웨스트에어라인 등 3개사(2008년), 유나이티드항공-콘티넨털항공(2010년) 등이다.

3자 연합 법적 대응 나설 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진칼이 산은을 대상으로 유상증자하면 3자 연합의 지분은 희석되기 때문이다. 내년 초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인 3자 연합으로선 악재다. 3자 연합은 최근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조 회장 측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3자 연합 측인 KCGI 주주연합은 우호적인 이사를 신규 선임하기 위해 내년 3월 정기총회에 앞서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임시주총을 추진하더라도 주총 소집까지 최대 45일이 소요되는 만큼 실익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한진칼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이나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KCGI 주주연합은 이날 입장문에서 “조원태 회장의 단 1원의 사재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원태 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민 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이런 시도를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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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노선 42%…중·단거리 우선 조정할 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7위권 항공사가 된다(화물 실적 포함시). 화물을 제외하고, 지난해 국제여객RPK(항공편당 유상승객수X운항거리) 기준, 그리고 국제여객수송 기준으로 양사가 합치면 각각 1247억4700만㎞(대한항공 18위, 아시아나항공 32위)와 3345만7000명(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36위)으로 세계 10위인 아메리칸에어라인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대한항공은 “인구 1억명 이하 국가는 대부분 1개의 네트워크 항공사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복수 체제로 주요 선진국의 항공사들과 경쟁에서 상대적인 열위에 있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은 노선망, 항공기, 공급 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중복 노선을 정리할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중복 노선은 양사 전체의 42%를 차지한다.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노선은 절반이 겹친다. 이미 포화 상태인 중·단거리 노선은 줄이되, 미주ㆍ구주ㆍ대양주 등 장거리 노선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복 사업 구조조정이 관건”  

업계에선 구조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이날 “통합 이후 무엇보다도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양사 사무직 등 간접부문 인력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항공 간접부문 인력은 800여명이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모의 경제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고 산업 경쟁력이 강해진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중복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얼마나 해낼 수 있느냐”라면서 “구조조정 없는 M&A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걸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사 조종사노동조합과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 5개 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동종 업계 인수는 중복 인력 발생으로 인한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동자의 의견을 배제한 산은-정부-한진칼의 인수합병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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