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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친다…산은 "단일 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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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해 ‘단일 국적항공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이같은 내용의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16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이같은 내용의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16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동걸 산은 회장은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 체결을 통해, 양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하나로 통합하는 국내 항공산업 재편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밝혔다.

LCC 3사도 단계적 통합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5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성윤모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호승 경제수석·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에게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아시아나항공 매각방안을 보고했다.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 3단계 구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은이 구상한 아시나항공 매각 거래 구조는 3단계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대한항공이 아시나아항공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한다.

산은이 구상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구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은이 구상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구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산은은 먼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신주(3자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과 대한항공 주식을 담보로 한 교환사채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투자한다. 한진칼은 이 8000억원 가운데 7300억원을 대한항공이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곧장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2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2조5000억원은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던 금액과 같다.

대한항공은 이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통합 작업에 나선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신주(1조5000억원)와 영구채(3000억) 총 1조80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대한항공과 아니아나항공 간 PMI(인수 후 통합) 작업에 쓰는 식이다. 양사의 FSC(대형항공사)뿐 아니라 LCC(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 중복 사업은 정리하고 고용안정 등에 남은 자금을 쓸 예정이다.

글로벌 톱 10 국적항공사 탄생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하게 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톱 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의 2019년 여객·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 (19위)과 아시아나항공(29위)을 단순 합산한 운송량은 세계 7위권 수준이다. 산은은 양사가 허브공항인 인천공항 슬롯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 확대, 신규노선 개발, 해외 환승수요 유치를 통해 외형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노선 운영 합리화·운영비용 절감·이자비용 축소 등 수익성 제고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본사(위)와 아시아나항공 본사. 뉴스1

대한항공 본사(위)와 아시아나항공 본사. 뉴스1

이 회장은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과 코로나 사태 심화에 따라 국내 항공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고민하던 중 한진그룹 측과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번 통합작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런 고민속에서 연내 조속히 이번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KCGI "강력한 반대" 반발 예상

시장에선 산은이 짠 아시아나항공 3단계 구조가 항공산업 개편의 목적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의심한다. 강성부 펀드(KCGI) 측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산은이 한진칼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한진칼 지분 45.23%를 보유한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0%대 초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강성부 KCGI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IFC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강성부 KCGI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IFC빌딩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굳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증자하는 까닭에 대해 "대한항공 입장에선 자본시장에서 통합시너지를 기반으로 한진칼이 참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리라고 판단했다"며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주사 요건인 '20% 지분보유' 요건에 미달하게 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엔 지분율이 더 하락하게 되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조현민·이명희 경영 불참…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일각에선 통합 국적항공사를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총수 일가가 갑질·탈세 등 각종 의혹으로 실형을 선고받기까지 하는 등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단일 국적항공사의 경영을 맡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최 부행장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한진칼 및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계열주의 윤리경영을 감독하기 위해 독립기구인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상당한 수준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라며 "조현민씨와 이명희씨 등 계열주 일가는 윤리경영위원회 근거조치에 적극 협조하기로 확약했고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도 주요 관심사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양대 국적 항공사가 통합하면 중복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를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힌 최 부행장은 "현재 양사의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 부문에서 약 800명에서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해선 한진가의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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