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공룡항공사 탄생…국토부 "땅콩회항 같은 갑질 감시할것"

중앙일보

입력 2020.11.16 17:09

업데이트 2020.11.16 17:29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빅딜 성사로 글로벌 톱10 수준의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16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빅딜 성사로 글로벌 톱10 수준의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16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항공사 오너 일가의 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윤리경영위원회를 만든다. 또 항공 운수권을 배분할 때 단독노선은 항공요금 관련 배점을 높이고, 요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빅딜’에 따른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대응책이다.

국토교통부는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M&A)에 대해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산업의 동반부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항공업 전문기업인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인수하는 것은 위기 극복은 물론 대형항공사가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국내 1ㆍ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보유자산 40조원에 이르는 공룡항공사가 탄생한다. 운송(여객+화물) 실적 기준으로는 단번에 세계 7위권(국제항공운송협회)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가 된다. 하지만 두 개의 대형항공사를 통합하는 ‘빅딜’은 독과점 논란, 오너 리스크, 구조조정에 따른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땅콩 회항 막을 '윤리경영위원회' 운영 

우선 시장 독점에 따른 가격(항공요금)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 요금 인상 가능성을 두고 김상도 실장은 “(국제선) 운임은 항공사가 임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항공협정으로 상한선이 결정되는 데다 국제선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만일 단독 노선에 과도한 운임을 받거나 인상하면 운수권 배분 등을 통해서라도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추가 운수권을 배분할 때 단독노선은 운임 평가 배점을 높이고,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 배정 시 과도한 운임 설정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통합에 따른 오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윤리경영위원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윤리경영위원회는 오너일가의 윤리경영을 감독하는 독립기구”라며 “구성원의 과반수를 외부인으로 뽑아 오너 리스크로 항공운항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땅콩 회항'처럼 오너 리스크로 경영이나 항공운항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는 의미다.

M&A 원칙은 '고용유지'

인력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는 ‘고용유지 원칙에 따라 M&A가 추진된다’고 선을 그었다. 기본적으로 항공 운항과 연계된 조종사, 정비사, 객실승무원, 운항관리사 등은 고용이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서 잉여 인력이 발생하더라도 신규 목적지 개척 등을 통해 흡수가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김 실장은 “특히 정부가 항공사 측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는데 전제 조건이 최소 90% 이상 직원 고용유지”라며 “지원금을 계속 받으려면 고용을 유지해야 하므로 당분간 고용 불안정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예외 적용 가능성

M&A가 성사되려면 기업결함심사 문턱도 넘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회사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거나, 3개 사업자의 점유율이 75% 이상이면 각 사업자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본다. 합병 법인은 수치상으로 독과점적 지위에 오르지만, 시장 획정 기준에 따라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계열사를 포함한 두 회사의 지난해말 여객 점유율은 국제선 49%(한국 출발 기준), 국내선 66%에 이른다. 해외 출발 편까지 감안해 국제선 시장의 범위를 넓혀 잡을 경우 경쟁 제한 요소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국내선에 한해 별도의 조건을 걸고 기업 결합을 승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한준 KTB증권 연구원은 "싱가포르의 시아그룹(2019년 국내·국제 점유율 56%),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그룹(49%) 등을 봤을 때 단순 수송객 또는 중량기준 점유율이 기업결합에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합병이 아니면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회생이 불가한 회사’는 기업결합을 제한하는 데 예외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앞서 4월에도 공정위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하면서 "이스타항공은 회생 불가능한 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생 불가능한 회사’라는 기준은 기업결합이 아니면 파산할 정도의 기업에만 허용할 정도로 엄격하다”며 “실제 기업결합 심사에 들어가면 국내ㆍ해외 노선별 점유율 등을 정확히 산정해 시장 지배력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염지현ㆍ임성빈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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