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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임대의무 기간 끝난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26)

영업용 점포를 매도하는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 권리금이 수수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법적으로 권리금이란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또는 점포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의 이용 대가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권리금 분쟁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거부하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그동안 임차인의 권리금은 보호받지 못했지만, 2015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고 나서야 비로소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최근 임대차 갱신 요구권이 없는 임차인의 권리금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두 판결이 나와 소개해 드립니다.

사례1

A는 B가 권리금 5000만 원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xhere]

A는 B가 권리금 5000만 원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xhere]

A는 1990년부터 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오다가 1995년경 아예 상가 소유권을 취득했다. 2003년 B에게 상가를 매도한 후 상가를 임차해 음식점을 하면서 매년 계약 기간을 갱신해왔다. 그 후 B는 2015년 상가를 C에게 매도했고, C는 2016년 A에게 임대차가 종료됐음을 통지했다. A는 D와 5000만 원의 권리금 계약을 맺고, B에게 신규 임차인으로 D를 주선하며 임대차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C는 상가에서 직접 음식점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A의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A와 D의 권리금 계약은 파기되었다. 이에 A는 B가 권리금 5000만 원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 4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2018년 법 개정 이전에는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전체 임대차 기간이 5년(2018년 법 개정으로 10년으로 연장)을 초과해 A에게 갱신 요구권이 없었는데, 이런 경우 권리금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문제가 된 것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어려운 문제입니다. 법원도 의견이 엇갈려 1심과 2심의 결론이 달랐습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임대 기간이 5년을 지나더라도 A의 권리금 회수 기회는 보호되고, 임대인이 스스로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주선하여 새로운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최종적으로 A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례2

X는 계속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Y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ixabay]

X는 계속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Y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 pixabay]

X는 2010년 7월부터 한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했다. Y는 2015년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2017년 X에게 건물이 40년 된 노후 건물이라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X는 가게를 넘겨받으려는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한 뒤 Y에게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달라고 알렸다. Y는 X의 총 임대차 기간이 5년을 초과해 계약갱신 청구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건물을 재건축해야 하므로 X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에 관한 요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X의 권리금 회수 계약은 무산됐고, X는 계속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는 것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Y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본 사례와 같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의무를 부여하면서도,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을 위해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X의 권리금 회수 기회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다만 건물이 노후해 재건축이 필요한 경우 예외 없이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호되어야 하는지 문제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건물을 철거할 정도가 아니라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하여 X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법원이 내린 결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Y가 주장하는 ‘건물 뒤편에 전선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여기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기와지붕이 깨지거나 떨어져 나가 있다’라는 것은 Y가 건물 유지·보수·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낼 뿐이고, 유지·보수·관리를 제대로 해도 건물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해야만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할 만한 우려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Y가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거절할 당시 상가건물에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자료도 X에게 충분히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등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Y가 건물 재건축 필요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해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 재건축 필요성에 대한 주장 입증이 충분했다면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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