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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 뜯어보니 구석구석 남다른 의미 숨었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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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주변 환경과 흐르는 세월 다 고려해 만들어진 공간 속으로

소중 학생기자단이 도시의 장소를 재발견하며 건물에 담긴 뜻은 무엇인지 알고, 건축의 힘과 공간이 주는 감동을 느껴보기 위해 브릭웰 오픈하우스 행사에 참여했다. 왼쪽부터 오예진(서울 묘곡초 6)·김승겸(경기도 매송초 6)·박성진(서울 이대부속초 5)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소중 학생기자단이 도시의 장소를 재발견하며 건물에 담긴 뜻은 무엇인지 알고, 건축의 힘과 공간이 주는 감동을 느껴보기 위해 브릭웰 오픈하우스 행사에 참여했다. 왼쪽부터 오예진(서울 묘곡초 6)·김승겸(경기도 매송초 6)·박성진(서울 이대부속초 5)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학교·도서관·기숙사 같은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이 내부 환경을 멋지게 꾸며 외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을 오픈하우스라고 합니다. 평소 길을 걷다가 유독 궁금했던 건축물이나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은 집을 만나본 적 있을 텐데요. 매년 10월 열리는 건축물 개방 축제 ‘오픈하우스서울’에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 볼 수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갔던 건물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도시의 장소를 재발견하며 건축의 힘과 공간이 주는 감동을 느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섰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승겸(경기도 매송초 6)·박성진(서울 이대부속초 5)·오예진(서울 묘곡초 6) 학생기자, 자료=오픈하우스서울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은 1992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도시건축 축제입니다. 평소 방문하기 어려운 뛰어난 건축물을 개방해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행사죠. 이후 뉴욕·시카고·취리히·로마 등 전 세계 46개 도시로 확장돼 매해 10월 각 도시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만약 10월에 오픈하우스 축제가 열리는 도시에 간다면, 평소 공개되지 않는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거죠. 1년에 1번 문을 여는 이 특별한 축제는 잘 설계된 도시 환경을 탐구하고 이해할 기회입니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오픈하우스서울 역시 근대건축물, 평소 오픈된 공공건축물, 건축적 의미를 가진 누군가의 집, 어느 기업의 사옥, 건축가의 스튜디오 등 관심 있는 공간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해마다 건축가 한 명을 선정해 그의 대표작을 둘러보기도 해요. 서울의 건축물은 다 똑같은 아파트·오피스 빌딩만 있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좋은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고, 건축가의 설명을 들으며 건축물을 한 겹 한 겹 들춰볼 수도 있죠.

‘오픈하우스서울 2020’은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프로그램을 최소화하고 ‘집’과 ‘안부’라는 키워드로 집에 대한 스페셜테마를 진행,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들의 오픈스튜디오가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됐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집의 공간, 다시 발견해야 할 공간의 가치를 이야기했어요. 보물 같은 건축물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김승겸·박성진·오예진 학생기자가 현장 프로그램인 브릭웰 오픈하우스에 참여했습니다.

도심의 우물, 브릭웰을 만나다

브릭웰은 건물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로 띄워 아래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중정 공간이 있다. 고개를 들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을 볼 수 있다.

브릭웰은 건물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로 띄워 아래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중정 공간이 있다. 고개를 들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을 볼 수 있다.

중정에서는 병아리꽃나무·국수나무 등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주변 골목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공정원이 되었다.

중정에서는 병아리꽃나무·국수나무 등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주변 골목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공정원이 되었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골목 안에 있는 한 건물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데요. 올해 서울에 생긴 공간 중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브릭웰’입니다. 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SoA)가 설계한 4층 건물은 벽돌로 지은 독특한 형태에 지상층이 원형으로 뻥 뚫린 게 특징입니다. 1층 절반을 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로 띄워 아래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중앙 정원(아트리움‧중정)을 만들었어요. 병아리꽃나무‧국수나무‧가막살나무‧해오라비난초 등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식물들이 흡사 숲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위로 고개를 들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죠.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와 멋진 건축, 숲에 온 듯한 중정까지 인생샷을 건질 수 있어 SNS 인증샷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브릭웰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SoA의 이치훈(맨 오른쪽)·강예린(오른쪽에서 두 번째) 소장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브릭웰은 대부분 벽돌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삼등분한 벽돌을 금속파이프에 꼬치를 꿰듯 하나씩 끼워 올린 게 특징. 덕분에 깔끔한 디자인이 완성됐고,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브릭웰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SoA의 이치훈(맨 오른쪽)·강예린(오른쪽에서 두 번째) 소장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브릭웰은 대부분 벽돌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삼등분한 벽돌을 금속파이프에 꼬치를 꿰듯 하나씩 끼워 올린 게 특징. 덕분에 깔끔한 디자인이 완성됐고,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소중 학생기자단을 만난 에스오에이의 건축가 강예린‧이치훈 소장이 먼저 브릭웰의 뜻이 무엇일까 물었어요. 박성진 학생기자가 조심스럽게 “우물”이라고 답했죠. 강 소장이 “맞아요. 브릭(brick)이 벽돌, 웰(well)이 우물, 벽돌로 만든 우물이라는 뜻이에요. 정원이 있는 중정 공간이 벽돌로 만들어진 우물 같다고, 물도 채워주지만 어떤 풍경도 채워주는 그런 우물 같아서 브릭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예진 학생기자가 건축주가 특별히 부탁한 게 있었냐고 질문했어요. “아주 단순하게 백송 터와 잘 연결되는 정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 벽돌을 주요 재료로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강)

브릭웰의 정원은 백송 터와 연결되어 있어 더욱 특별하다. 1990년 태풍으로 죽고 현재는 밑동만 남아 있고, 지역 주민들이 심은 어린 백송들이 있다.

브릭웰의 정원은 백송 터와 연결되어 있어 더욱 특별하다. 1990년 태풍으로 죽고 현재는 밑동만 남아 있고, 지역 주민들이 심은 어린 백송들이 있다.

브릭웰의 정원이 더욱 특별한 건 서쪽에 있는 백송 터와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백송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1962년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됐다가 1990년 태풍으로 죽은 백송이 있던 자리인데요. 현재는 나무 밑동만 남아 있죠. 지역 주민들은 넘어진 백송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었고, 그 후 여러 그루의 어린 백송을 심어 정성껏 가꾸고 있죠. “건축가로서 백송 터 옆에 건물을 지을 때 이 백송 터하고 잘 연결될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만들려고 했어요.”(이) “담을 만들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이 공간에 들어와 정원도 보고 백송 터도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 건물의 마당이지만 동네의 마당·정원이 되기를 바랐죠.”(강) 그렇게 공공건물도 아닌데 사유지의 절반 가까운 넓이를 비워내 주변 골목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원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 전시가 진행되며 전시 공간으로 운영 중인데요. 전시 관람을 하지 않으면 내부를 볼 수 없는데도, 건축주와 건축가의 의도대로 건물의 개방성과 공공정원 덕분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4층 내부로 들어오면 높은 층고를 가질 수 있는 박공지붕 형태가 눈에 띈다.

4층 내부로 들어오면 높은 층고를 가질 수 있는 박공지붕 형태가 눈에 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 4층으로 이동했습니다. 여러분은 집을 그릴 때 지붕을 어떤 모양으로 그리나요. 흔히 책을 펼쳐 엎은 형태인 박공지붕을 많이 그릴 텐데요. 브릭웰도 높은 층고를 가질 수 있는 박공지붕 형태인 게 눈에 띄었죠.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벽돌을 아주 다양하게 사용했어요.”(이) 하지만 얼핏 봐서는 벽돌 같아 보이지 않았죠. 벽돌을 쌓을 때는 벽돌 위에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모르타르를 개어 올리고 다시 벽돌을 쌓은 뒤 줄눈으로 정리해 마감합니다. 브릭웰의 벽돌쌓기는 여기에서 모르타르와 줄눈을 제거했죠. “훨씬 더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금속파이프 위에 꼬치를 꿰듯 벽돌을 하나씩 끼워 올렸어요.”(이) 벽돌을 삼등분해서 두께는 훨씬 얇고,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브릭웰 4층 테라스에서는 인왕산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브릭웰 4층 테라스에서는 인왕산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원통형 중정을 내려다보면 마치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위에서 아래로 원통형 중정을 내려다보면 마치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4층 테라스에서는 인왕산이 한눈에 보였어요. 아래에서 위로 바라보는 광경도 흥미롭지만 4층 테라스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죠. 지름 10.5m의 아트리움은 2~4층에서 반은 외부 테라스에, 반은 실내 공간에 접해 있는데요. 내부와 외부를 둥글게 회전하는 동선이 만들어지고, 동선을 따라 층마다 다른 정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각 층 옥외 테라스를 통해 사시사철 자연을 좀 더 가깝게 볼 수 있게 했죠. 2층 테라스에서는 특히 나무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었어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며 물결이 치고 계속 풍경이 변해요. 높은 나무를 이렇게 옆에서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2층 높이에서 나무와 가까이 있을 수 있게 계획한 거예요.”(이)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노랗게 변하고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는 그대로 있고, 계절만 변했는데 계속 변하는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거죠. 박성진 학생기자가 브릭웰에서 제일 자랑하고 싶은 공간을 묻자 두 건축가는 2층 공간을 꼽았죠. 지금처럼 오후 시간, 벽돌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모양이 아름답고 나무에 의해 둥글게 이어진 느낌이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원통형 중정을 내려다보면 마치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옥외 테라스에서는 사시사철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벽돌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모양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독특하다.

위에서 아래로 원통형 중정을 내려다보면 마치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옥외 테라스에서는 사시사철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벽돌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의 모양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독특하다.

“만약에 이 공간이 유리가 아니었으면 어땠을까요?”(이) 오예진 학생기자가 “볼 수 없어요”라고 대답했죠. “맞아요. 우리는 안에 있어도 계속 날씨가 변하고 꽃이 지고 피는 게 보이는 공간이길 원했어요. 요즘처럼 밖에 나가기 힘들 때 이렇게 안에만 있어도 답답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좀 더 건강하게 보낼 수가 있을 것 같았죠.”(강)

김승겸(맨 왼쪽)·박성진(왼쪽에서 세 번째)·오예진(맨 오른쪽) 학생기자가 브릭웰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SoA의 이치훈(왼쪽에서 두 번째)·강예린(왼쪽에서 네 번째) 소장을 만나 건물의 설계 의도와 뒷이야기를 들었다.

김승겸(맨 왼쪽)·박성진(왼쪽에서 세 번째)·오예진(맨 오른쪽) 학생기자가 브릭웰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SoA의 이치훈(왼쪽에서 두 번째)·강예린(왼쪽에서 네 번째) 소장을 만나 건물의 설계 의도와 뒷이야기를 들었다.

김승겸 학생기자가 건축가로서 브릭웰을 설계하면서 얻은 점이 있냐고 물어봤어요. 강 소장이 “너무 많죠. 풀벌레들이 오고, 온갖 새들이 드나들며 벽돌 사이로 참새들이 집을 짓고 살아요. 1층 정원에는 길고양이들이 찾아와 물을 먹고 가죠. 그런 장면들이 계속 연출돼요. 동네 주민들은 밤에 산책을 오고 굉장히 풍요로운 공간이 되었어요. 누구의 집이지만 모두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어 즐거웠죠”라고 답했습니다.

박성진 학생기자가 “다른 나라를 가면 건물 모양이 각기 다르고 개성이 있는데 우리나라 건물은 모양이 너무 똑같은 것 같아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습니다. “건축사회 전반에 관한 예리한 질문이에요. 충분하게 시간을 쓰지 않고, 누구도 예쁜 것을 기대하지 않고, 빨리 많이 지으려고 하는 태도 때문에 그래요. 아무도 기대를 안 하는 집은 다 못생기게 되어 있는데 누군가가 기대하고 열심히 애쓰면 집이 예뻐지거든요.”(강) 브릭웰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공간의 세월과 역사를 고려해 도시가 어떻게 변하면 좋을지 엿볼 수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주변 건물을 유심히 보고 그 안에 숨겨진 얘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오픈하우스서울을 만드는 사람들

서울의 건축물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운영하는 임진영 대표와 김지원 사무국장에게 행사에 대한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 오픈하우스서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임진영(이하 임)건축전문기자로 오래 활동하면서 좋은 건축물을 많이 취재했어요. 건축은 직접 봤을 때 느끼는 감동과 경험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이런 기회를 시민들도 경험할 수 있다면, 건축과 도시의 의미와 그 역할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많이 알려진 오픈하우스뉴욕이나 오픈하우스런던 같은 축제가 서울에도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어요. 서울의 뛰어난 건축물은 보통 개인 소유거나 기업의 공간이라서 방문하기 어렵죠. 하지만 1년에 1번 문을 열어 함께 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면, 뛰어난 건축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생각해볼 기회를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 서울에 지어지는 건물들을 보는 시민들의 시각도 높아져, 우리 도시 환경을 더 아름답게 가꿔갈 수 있기 때문이죠.

- 해외 행사와 다른 오픈하우스서울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한 번에 몇백 개 건물이 문을 여는 다른 도시에 비해 오픈하우스서울은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대신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들이 직접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건축을 안내하는 도슨트가 되죠. 건축가들의 작업실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어요. 무엇보다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며 급성장한 도시답게,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긴 서울을 탐색할 수 있죠.

- 오픈하우스서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세요.
운영위원과 사무국이 있습니다. 오픈하우스와 같은 도시 축제가 서울에도 열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안해 모셨어요. 저와 함께 오픈하우스서울의 방향을 논의하는 운영위원은 건축계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건축가·기획자입니다. 아트 분야를 담당한 건축·예술·디자인 분야 전문가도 있죠. 사무국은 해마다 행사 운영을 위해 6개월 정도 구성됩니다. 매해 다른 구성원이 참여하지만, 김지원 사무국장님은 몇 년째 행사의 중심을 잡아주고 계세요.

김지원(이하 김)저는 2018년 합류해 올해로 세 번째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시 기획을 포함해 문화 예술 콘텐트를 생산하는 일을 하죠. 오픈하우스서울은 매해 필요한 인원이 새롭게 구성되고 한시적으로 만나는 조직인데요.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매년 참여하죠. 오픈하우스서울에서 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렬하고, 새로운 경험처럼 느껴집니다.

- 어떤 과정을 거쳐 행사를 준비하고,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연초에 올해 행사의 주제나 방향을 논의하고, 건축물과 도시 환경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합니다. 요즘 사회 이슈는 무엇인지, 어떤 건축물이 지어지고 또 새로운 계획이 있는지 찾아보죠. 건축 저널이나 학회에서 논의되는 건축물을 찾아 주제를 엮어나가요. 해마다 건축가 한 분을 집중 조망하는 건축가 특집도 준비하죠. 5월 즈음 기본 틀을 마무리하고 6~8월에 본격적으로 섭외, 9월엔 홍보를 시작하고 10월에 행사가 열려요.

-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궁금합니다.
가장 어려운 건 집주인들을 설득해 문을 여는 것입니다. 문을 여는 행사지만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적 공간의 보호죠. 외국에서는 사적 공간을 보호하고 1년에 1번 좋은 공간을 공개하는 것을 문화적으로 받아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신뢰를 쌓는 단계라고 봅니다. 아직 사적 공간이 보호되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건축가와 집주인의 신뢰가 돈독한 경우 섭외가 수월하죠. 또 오픈하우스서울에서 소개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신청 프로그램이 한정돼 더 많은 분이 참여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죠.

특히 올해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요. 고려할 부분이 많아 놓친 점들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어렵게 다가오기도, 흥미롭기도 했고요.

- 건축물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뛰어난 건축물의 힘을 경험하게 하고자 합니다.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 뛰어난 공간의 힘을 가진 건축물을 선정해요. 건축 전문 저널, 학회 등 전문가 영역에서 언급되고 논의된 건축물이 대상이죠. 주제에 맞는 건축물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건축이라는 전문 분야를 일상에서 좀 더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운영하는 임진영 대표(위 사진)와 김지원 사무국장.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운영하는 임진영 대표(위 사진)와 김지원 사무국장.

- 행사가 무료로 진행되는데, 준비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오픈하우스서울은 자본을 탄탄히 갖춘 조직은 아닙니다. 처음 행사를 조직하던 2012년부터 개인 투자금으로 진행하고, 일부 기업 후원도 받아요. 3년 전부터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우수대표축제 지원금이 든든한 힘이고, 후원을 점점 늘려가고 있죠. 외국의 경우, 펀딩 시스템이 잘돼 기관이나 단체, 기업의 후원이 많은 편입니다.

- 매년 현장 참여 경쟁률이 높은데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예약이 아니라, 시간제로 여는 겁니다. 외국에서는 하루 중 가능한 시간대에 줄을 서서 방문하곤 해요.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건축주의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오는 것을 어려워하죠. 프로그램 섭외 때 사전 예약제와 시간제로 제안 드리면 대부분 예약제를 선택합니다. 한 예로 미국대사관은 시간제로 진행했는데,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450명이 방문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오픈하우스 취지가 더 잘 알려지고, 신뢰가 쌓인다면 프로그램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을 거예요.

올해 처음 시도한 온라인 프로그램에 정말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는데요. 건축 관련 행사나 강연이 주로 서울이라 참여가 어려웠던 지방 거주자분들, 혹은 해외에 계신 분들까지 공간의 제약 없이 함께할 수 있어서 더 뜻깊었어요. 앞으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적절히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2015년 한국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을 소개했는데요. 비교적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미처 건축가를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후에 건축가가 된 아드님이 그 건물 설계자가 조창한 건축가임을 알려주셨습니다. 지난해 두 분이 함께 오셔서 오픈하우스를 진행하는데, 잔잔한 감동이 있었죠. 100년 된 하수구 답사도 인상적이었어요. 대부분 실제 하수가 흐르는 곳을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오셔서 당황하면서도 용감하게 장비를 갖추고 도전하셨죠. 을지로 하수구에서 들어가 서울시청 광장으로 나오는 길이 흥미진진했습니다.

- 코로나 때문에 올해 성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건축가 특집과 오픈하우스는 영상으로 공개했어요. 제작 예산·기간 때문에 프로그램 수는 대폭 줄었지만,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현장 프로그램의 아쉬움은 비교적 외부에 열린 곳을 선택해 소규모 오픈하우스로 진행했고, 오픈스튜디오는 비대면 라이브로 진행했죠.

- 온라인으로 건축물을 보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오픈하우스서울의 프로그램은 방역에 매우 취약합니다. 처음에는 행사를 못 하겠구나 싶었어요. 공간의 현장 경험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거든요. 그러나 단순히 라이브로 연결된 게 아니라 정성 들여 찍은 건축 영상이라면, 그 공간의 감동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타미 준의 바다’라는 건축 다큐멘터리를 찍은 기린그림의 정다운·김종신 감독님께 영상 제작을 함께하자고 제안드렸고, 흔쾌히 콜라보레이션에 응해주셔서 건축가 특집 조병수 5편, 집의 공간 10편을 만들 수 있었죠. 행사 자체의 의의는 당연히 현장에서 만나야 하지만, 영상을 통해 그 의미를 더 잘 담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 제작이 늘어 전 세계 46개 도시가 온라인 플랫폼에 모여 온라인 페스티벌을 하게 된 것도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이벤트 같습니다. 도시와 교류는 줄었지만 온라인에서 거리는 가까워졌으니까요.

- 내년 오픈하우스 성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을까요.
올해는 현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한 측면이 큽니다. 과연 내년엔 어떨까 생각하면 사실 계획이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에요. 온라인 행사가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도 해서 올해처럼 진행이 가능할까 걱정도 됩니다. 온라인과 현장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 청소년에게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요.
생각보다 서울에는 방문할 만한 건축물이 많습니다. 동네를 정해 그 지역에 있는 건물 여러 채를 한꺼번에 보는 것도 좋죠. 건축물뿐 아니라 주변 지역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고요. 그렇게 하나씩 방문하다 보면 나만의 서울이 머릿속에 그려질 겁니다. 광화문과 시청, 정동을 잇는 건축물들, DDP나 용산 아모레퍼시픽 사옥 같은 건축물도 좋고 서울의 대표적인 미술관들도 좋은 공간을 갖췄어요. 오픈하우스서울의 웹사이트에 있는 건축물로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건축가 김인철의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PaTI를 추천합니다. 이 건물은 흔히 상상하는 학교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데요. 창문이 없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에 커다란 사각 구멍 130개 숭숭 뚫린, 어딘지 모르게 만들다 만 느낌마저 듭니다.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는 철학 아래 스스로 공간을 고치고 더하며 완성하기로 한 의도라고 해요. 큰 프레임만 마련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요소는 학생 스스로 채워 넣음으로써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에게는 이보다 더 창의적일 수 없는 특별한 교육 현장이 될 것 같아요.

셀프 오픈하우스

도시 곳곳의 건축물을 찾아 나만의 조용한 도시 탐색을 추천합니다. 따로 예약 없이도 방문 가능한 건축물들을 모았습니다. 모두 건축적인 의미나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니 가족과 함께 방문해 보세요.

태양의 집

태양의 집

태양의 집(건축가: 김중업)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 39 썬프라자
문화비축기지(허서구·백상진·김경도)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평화문화진지(유종수·김빈) 서울 도봉구 마들로 932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김택빈·장용순·이상구)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아트벙커 B39(김광수) 경기도 부천시 삼작로 53
코스모 40(양수인·임승모) 인천시 서구 장고개로 231번길 9
약현성당(E. 코스트 신부) 서울 중구 청파로 447-1

대한상공회 주교좌성당

대한상공회 주교좌성당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아서 딕슨·김원·황두진)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15
서소문 역사공원 및 성지 역사박물관(윤승현·이규상·우준승) 서울 중구 칠패로 5
한국정교회 서울 성 니콜라스 대성당(조창한)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8길 43

가회동 백인제 가옥

가회동 백인제 가옥

가회동 백인제 가옥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7길 16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최욱) 서울 종로구 가회동 129-1
현대카드 Vinyl & Plastic(서승모)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8
현대카드 Cooking Library(최욱)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6길 46
현대카드 Travel Library(카타야마 마사미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52길 18
현대카드 Music Library(최문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6
수락행복발전소(장윤규·신창훈) 서울 노원구 동일로242길 79

누하동 이상범 가옥과 화실

누하동 이상범 가옥과 화실

누하동 이상범 가옥과 화실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31-7, 31-8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조진만) 서울 은평구 증산로17길 51
필운동 홍건익 가옥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1길 14-4
백남준 기념관(최욱) 서울 종로구 종로53길 12-1
계동 배렴가옥 서울 종로구 계동길 89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최욱)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35길 63
세운베이스먼트(이충기)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지하 1층
PLACE 1(김찬중)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96길 26
선벽원(이충기)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163 서울시립대학교 경농관, 박물관, 자작마루
한내 지혜의 숲(장윤규·신창훈) 서울 노원구 월계동 1-1 일원(한내근린공원 내)

유유제약 안양공장

유유제약 안양공장

유유제약 안양공장(김중업)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03번길 4
올림픽 세계평화의 문(김중업)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 올림픽공원 입구 올림픽 세계평화의 문
이즈갤러리(구 학고재)(이타미 준(유동룡))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제따와나선원(임형남·노은주) 강원도 춘천시 남면 윗박암길 53

JCC 크리에이티브센터

JCC 크리에이티브센터

JCC 크리에이티브센터(안도 다다오)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35길 45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브릭웰이라는 건축물을 취재한다고 했을 때 벽돌로 만든 우물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어요. 그동안 제가 본 건축물들은 네모난 공간이 주를 이루었고 동글게 지어진 건물은 종합운동장 같은 시설 외에는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연못과 나무, 하늘이 둥근 브릭웰에 감싸 안긴 모습을 보고 서울이 아닌 다른 세계에 이방인으로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벽돌 사이에서 솔솔 바람이 들어와 브릭웰과 주변 환경이 같이 어우러져 숨 쉬는 듯했죠. 서울 한복판에서 바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더 나아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명소로 알려지길 희망합니다.  김승겸(경기도 매송초 6) 학생기자

브릭웰을 본 첫 느낌은 조각상, 예술품 같다는 거였죠. 2층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하늘을 품은 것 같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잔잔한 호수에서 나룻배를 탄 거 같았어요. 건물 안 정원은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은 비밀의 정원 같았죠. 특히 건축가님이 이웃과 건물, 정원이 조화를 이루게 설계하셨다고 해서 역시 큰 그림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어요. 또한 벽돌이 지그재그로 쌓여 햇빛이 비치면서 그림자가 또 다른 건축물을 만드는 것처럼 잠깐 착각했는데 환상적이었죠. 벽돌은 차가운 장식재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브릭웰의 구조로 인해 벽돌이 따뜻한 장식재로 느껴졌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건축물을 설계할 때 정말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박성진(서울 이대부속초 5) 학생기자

처음 건물을 봤을 때 드는 생각은 ‘멋지다’였죠. 안에서 봐도, 밖에서 봐도, 어디서 봐도 멋진 건물이었어요. 건물 가운데 뚫린 부분과 우물 정원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건물 안에 정원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편안하고 쉼터 같았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면서 밖의 공기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죠. 건물 자체도 멋있지만, 그 안의 뜻이 더 멋있는 것 같았고,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오예진(서울 묘곡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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