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하다" 상품등록 거부에 "아기 숨소리" 설득해 살아남은 음료

중앙일보

입력 2020.11.14 09:00

업데이트 2020.11.14 10:12

1980년 출시된 과립 과즙음료인 쌕쌕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은 장수 브랜드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1980년 출시된 과립 과즙음료인 쌕쌕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은 장수 브랜드다. 사진 롯데칠성음료

마시면 오렌지 알갱이가 터지면서 씹는 재미를 더하는 음료가 있다. 과립 과즙음료인 ‘쌕쌕’이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65. 롯데칠성음료 쌕쌕

1980년 12월 출시돼 국내 과즙음료 시장에 안착한 쌕쌕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에만 580만캔이 팔릴 정도로 여전히 인기다. 롯데칠성음료의 음료 브랜드 중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미린다, 롯데오렌지주스와 함께 5대 장수 브랜드로 꼽힌다.

쌕쌕 출시 당시 신문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쌕쌕 출시 당시 신문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불혹 맞은 쌕쌕…장수 비결은 식감

롯데칠성음료는 쌕쌕의 장수 비결로 차별화된 식감을 꼽는다. 출시 당시 입속에서 톡 터지는 알갱이의 청량함과 상큼한 오렌지 맛은 오렌지를 그대로 씹어먹는 느낌을 주면서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비타민C가 들어있는 건강한 이미지로 당시 집들이나 병문안 선물로도 인기를 끌었다.

롯데칠성음료는 당시 국내 주스 시장을 석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앞서 선보인 롯데오렌지주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80년 6월부터 쌕쌕 오렌지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개발 시기가 한여름이라 실험용으로 사용할 밀감을 구하지 못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과립 과즙음료는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어 외국에서 관련 기술을 도입하거나 연수를 받을 만한 곳도 없었다. 시행착오와 난관 속에서 일일이 밀감 알갱이를 골라내는 실험 끝에 같은 해 11월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1980년 12월 쌕쌕 출시에 맞춰 진행된 무료시음 행사. 사진 롯데칠성음료

1980년 12월 쌕쌕 출시에 맞춰 진행된 무료시음 행사. 사진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쌕쌕 출시에 맞춰 80년 12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대대적인 무료 시음회를 열었다. 무료 시음회를 통해 한 캔당 오렌지 알갱이 약 1700개가 들어있고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으며, 신맛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쌕쌕 오렌지 TV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쌕쌕 오렌지 TV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중독성 CM송으로 소비자 취향 저격

쌕쌕은 광고도 화제를 모았다. ‘샤바라바라’로 시작되는 중독성 있는 CM송에 더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하와이안 춤을 추는 광고는 쌕쌕이란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이 광고는 85년 국제 클리오 광고제에서 라디오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고, 98년 한국조사개발원에서 발표한 ‘20년간(1978~1997년) 가장 인상에 남는 TV 광고’에서도 공동 3위에 올랐다.

쌕쌕은 이름 때문에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뻔한 사연도 갖고 있다. 쌕쌕의 이름은 오렌지의 쪽을 이루는 알갱이 형태인 작은 액낭(液囊)을 뜻하는 영어 ‘sac’을 반복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이름을 상품명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선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등록 거부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마케팅 담당자는 “아기가 곤히 잘 때 내는 숨소리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끝에 상품명을 등록할 수 있었다.

쌕쌕은 국내 음료업계에서 처음으로 1987년 제2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신문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쌕쌕은 국내 음료업계에서 처음으로 1987년 제2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신문 광고. 사진 롯데칠성음료

포도, 제주 감귤 등 맛 변화…20여 개국 수출도

쌕쌕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81년 중동으로 수출된 초도 물량이 10일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이후 82년부터 해외 시장 개척을 본격화하면서 미국, 싱가포르 등 10여 개국으로 수출이 확대됐다.

쌕쌕의 해외 시장 공략을 바탕으로 롯데칠성음료는 87년 제2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국내 음료업계 처음으로 1000만 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쌕쌕은 현재 미국ㆍ캐나다ㆍ러시아ㆍ독일ㆍ일본ㆍ중국ㆍ필리핀ㆍ베트남ㆍ대만 등 해외 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감귤류 알갱이 대신 코코넛 젤리가 들어간 쌕쌕 오렌지. 사진 롯데칠성음료

감귤류 알갱이 대신 코코넛 젤리가 들어간 쌕쌕 오렌지. 사진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쌕쌕 출시 이후 시장 변화에 맞춰 포도와 제주 감귤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감귤류 알갱이 대신 코코넛 젤리를 넣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40년간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수 브랜드 쌕쌕은 마시고 씹으면서 입안의 즐거움을 주는 주스 브랜드의 대명사”라면서 “쌕쌕만이 가진 차별화된 강점을 지키면서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한국의 장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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