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공보의 못 채워…5시간 배 타고 병원 갈 판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00:03

업데이트 2020.11.1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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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 날인 지난 9월 9일 서울 광진구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출입구. [연합뉴스]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 날인 지난 9월 9일 서울 광진구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출입구.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가거도·홍도에는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가 두 명씩 배치돼 약 1000명의 주민을 진료한다. 주로 어르신들이 많다.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부터 뇌졸중·심장병 등의 중증질환까지 담당한다. 응급상황이 생기면 목포의 닥터헬기(의료용 응급헬기)를 불러 환자를 후송한다.

의사국시 사태 불똥, 의료 공백
내년 510명 전역 빈자리 못 채워
군 지역병원 응급실 90곳도 비상
복지부 “순회진료·전환배치 검토”

민간병원이 없어 공보의가 유일한 의사다. 섬이나 벽지에 공보의가 1년 근무하면 자신이 원하는 육지로 이동한다. 공보의 운용지침이다. 신안군 9개 섬 16명의 공보의가 내년에 빠져나온다.

신규 공보의가 메우는 게 정상인데 내년에는 그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의대 본과 4학년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이 10일로 끝나면서 27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의사 2700명 부족은 초유의 사태다. 대학병원 인턴은 말할 것 없고, 취약지역의 의료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경남 남해군 서면보건지소에는 11일 40명의 노인이 진료 받았다. 여기 배치된 공보의가 내년 4월 전역한다. 후임자가 배치되지 않으면 간단한 상처 소독을 하려고 읍으로 나가야 한다.

전남 해남군 계곡면보건지소 공보의도 내년 4월 전역이다. 내년 4월 전역 공보의가 510명이다. 신안군처럼 도서·벽지에서 1년 근무하고 ‘도회지’로 빠져나올 공보의가 120~150명이다(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추계).

10일까지 실기시험을 본 의대 4년생은 400여명인데, 이들의 대부분은 좋은 병원 인턴을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대신 내년 초 배출되는 전문의(의대 졸업 후 인턴·레지던트를 마친 의사) 130~200명을 공보의로 활용할 계획이다.

매년 신규 공보의가 600~700명인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내년 4월 전역자의 공백도 못 채운다. 복지부는 공보의가 3일씩 돌아가며 취약지역을 순회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거도나 홍도에서 배를 타고 3~5시간 목포로 나가서 진료 받고 하룻밤 자고 귀가해야 한다. 또 응급 상황에 대처가 힘들어진다.

신안군 보건소 관계자는 “우리 군 섬 9곳 중 5곳에 민간병원이 없다. 공보의 없이는 주민이 진료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안군의 한 공보의는 “공보의는 24시간 주민의 응급 상황에 대응한다. 노인이 갑자기 혈압이 오르거나 심장마비가 올 경우 후송할지 여부를 판단한다”며 “우리가 없으면 주민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진료에도 문제가 생긴다. 거리두기 1.5단계가 내려진 충남 아산시 보건소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등에 공보의가 배치돼 있다. 민간병원 선별진료소에는 공보의를 지원할 형편이 못 된다.

아산시보건소 관계자는 “(공보의가 충원되지 않을 경우) 감염병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수도권을 제외한 코로나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일부 중환자 진료에 공보의가 투입돼 있다. 업무가 가중되고 전역자 자리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료 역할을 하는 군 지역의 민간병원 응급실 90곳도 비상이다. 여기에도 공보의가 파견돼 있다. 정부는 민간병원 공백을 메우지 않고 기존 인력을 취약지역으로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지방병원 관계자는 “내년 4월 공보의가 전역하면 당연히 추가 배정 받아야 한다. 배치되지 않으면 응급실 운영, 환자 진료 등에 문제가 크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김민욱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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