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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름은 이미 '개인1'···"최소 5년형" 벼르는 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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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는 데 대해 미 언론들은 백악관을 떠난 뒤 겪어야 할 혹독한 대가가 배경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사면권이 통하지 않는 혐의로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당장 빚 독촉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부담이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5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5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벼르고 있는 지방검찰

미 시사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최근 ‘왜 트럼프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소는 불가피하며 형사처벌도 충분히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수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뉴욕주와 맨해튼 지방검찰은 연방 검찰과 달리 대통령의 사면권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셀프 사면’은 물론 후임 대통령의 사면권도 마찬가지다.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지검장이 주도하는 맨해튼 지검의 수사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뉴요커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등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이자 집사 마이클 코언이 2016년 입막음용으로 돈을 지불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다. 앞서 뉴욕 남부지방 연방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 성인잡지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15만 달러 등 약 30만 달러(약 3억3400만원)를 전달했다고 봤다.

당시 검찰은 코언을 기소하면서 그가 성공적인 대통령 선거 운동을 펼친 ‘개인1’의 도움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지만 현직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코언만 법정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30만 달러가 합법적인 경비라고 주장했지만 뉴욕 연방지법은 이를 불법 선거기부금으로 판단한 뒤 2018년 12월 코언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왼쪽)이 2019년 2월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왼쪽)이 2019년 2월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맨해튼 지검은 이 사건을 파헤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정황까지 포착, 지난해 8월 트럼프 그룹의 8년 치 납세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측이 면책특권으로 버티면서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퇴임하면 더는 납세자료 제출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기소장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코언은 지난해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납세용으로는 손실을 기록한 소득자료를 내고, 사업용으로는 수익을 부풀린 소득자료를 각각 냈다”고 증언했다.

“드러난 혐의만으로 5년 이상 징역형 가능”

연방 검찰의 기소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20년 치 소득신고 자료를 토대로 그가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로 각각 750달러(약 84만원)만 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자신의 헤어스타일링 비용으로 7만 달러(7800만원) 공제를 청구한 사실도 폭로했다.

미 법조계에선 이런 혐의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5년형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언에게 적용된 선거자금법 위반은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이 아니라면 5년 형량의 판결까지 가능하다. 이에 더해 입막음 합의금을 법적 경비로 위장한 건 사업 기록의 위조를 금지하는 뉴욕주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여기에 탈세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회계부정 및 탈세는 미국에선 5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한 중범죄로 여겨진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용상 미국 변호사는 "미국 법 체계는 한국과 달리 형량을 더해 선고를 내린다"며 “주로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기소를 진행하는 미 검찰의 특성을 감안하면 맨해튼 지검이 몇 개의 혐의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할지를 마지막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끈’ 떨어진 트럼프…당장 조 단위 대출금 갚아야 할 판

악화한 재정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배경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대출금 중 3억 달러(약 3350억원) 이상이 4년 내 만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대출을 해준 도이치뱅크가 끈이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출 기한을 연장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부채 약 9억 달러(약 1조44억원)어치도 향후 4년 안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포브스가 추산한 자신의 부동산 자산 25억 달러(약 2조79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팔아서 대출을 갚아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코로나19에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에 제때, 제값에 매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뉴요커에 "백악관 집무실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감옥과 빈민가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결국 해외 도피?

급기야 한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도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예측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에 관한 책 ‘거짓말의 성’을 쓴 바바라 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내가 지는 게 상상이 가느냐.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 나라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요커에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 자신이 패할 경우 전용기로 미국을 떠나는 계획을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실제 해외로 뜨겠다는 것보다는 대선 승리를 위한 각오 다지기 차원이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메리 트럼프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며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메리 트럼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은 돌파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분열된 미국을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바이든 새 정부와 지방 수사기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 기술'이 구사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낸 조 록하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조건을 자신의 퇴진과 거래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엔 패자의 승복이라는 전통을 깨뜨린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결단을 통해 배려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도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록하트는 “만약 이런 거래가 성사될 경우 국민의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고, 앤 밀그램 전 뉴저지 법무장관도 “바이든 정부가 사법 정의를 해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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