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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남북 서로 힘으로 무너뜨리려” 역사교재 편향 논란

중앙일보

입력

"6·25 전쟁에서 남과 북은 양쪽 모두 힘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려 통일을 이루고자 하였다."

세종, 강원, 전남·북교육청 공동 제작한 보조교재 #중학교 보조교재, 6.25전쟁 역사 왜곡 논란 불러 #세종시교육청 "외부 의견 수렴해 수정하겠다"

세종시교육청이 제작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보조 교재 한 대목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촉발된 한국전쟁 성격을 양비론적 시각에서 서술해 편향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이 제작한 역사교과서 보조교재(주제로 보는 역사). '6.25 전쟁에서 남과 북은 양쪽 모두 힘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려 통일을 이루고자 하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교육청이 제작한 역사교과서 보조교재(주제로 보는 역사). '6.25 전쟁에서 남과 북은 양쪽 모두 힘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려 통일을 이루고자 하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역사학자 "6.25 쌍방과실로 오해 일으킬 소지"
세종시교육청은 2016년 강원·광주·전북교육청과 역사교과서 보조 교재 공동개발과 사용승인 협약을 맺고 중·고교 역사교과서 보조 교재를 함께 개발했다. 보조 교재 개발에는 중·고교 교사와 대학교수 등 수십명이 참여했다. 중학교 용은 2018년 7월, 고교용은 2018년 3월 발간돼 세종·전북 등의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학교 보조교재인 『주제로 보는 역사』 214쪽에서 ‘독재정권 시기, 분단을 극복하려고 어떤 노력을 하였을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승만 정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북한과의 교류를 막았다"며 6·25 전쟁을 두고 "남과 북 모두 힘으로 무너뜨리려 했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과)는 “역사 왜곡 소지가 다분하다. 6·25 전쟁은 북한이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남침으로 발생한 것인데 마치 남과 북의 쌍방 과실로 오해하게 할 수 있다”며 “어린 학생들의 정신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세종시교육청이 제작한 고교 역사교과서 보조교재(주제로 보는 한국사) 한 대목. 김방현 기자

세종시교육청이 제작한 고교 역사교과서 보조교재(주제로 보는 한국사) 한 대목. 김방현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남북교류 위축"…배경설명 부족
 이와 함께 중학교 보조교재에는 논란의 소지가 될만한 대목이 몇곳 등장한다. ‘민간 통일 운동의 전개와 남북 교류’를 주제로 한 내용에서 "남북간의 교류협력은 1990년대 후반 이후에 비약적으로 증가하였지만,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고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크게 위축됐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이 된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과 개성공단 폐쇄의 배경이 됐던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설명은 거의없다.

 또 "1989년 임수경이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여…(중략) 통일 운동의 필요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 수 있었고, 국민에게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서술했다. 아직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임수경 방북 사건’의 한쪽 면만을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온다.

고교 교재 "많은 국민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추진" 서술
 고등학교 보조교재인 『주제로 보는 한국사』의 일부 내용도 일방적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350쪽 ‘민주화 이후 민주공화국,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한 글에서는 "이명박 정부는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막대한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공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슈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세종시교육청이 발행한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표지. 김방현 기자

세종시교육청이 발행한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표지. 김방현 기자

 이명희 교수는 “역사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데 선호하는 정치세력에 따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가운데 한쪽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6·25 전쟁 과정을 묘사하다 보니 그렇게 서술된 것 같다”며 “해석에 따라 다르게 보일 여지가 있을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반영해 올해 안에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나머지 현대사 부분도 외부 의견을 수렴해서 면밀히 검토한 다음 문제가 있다면 고치겠다”며 “해당 교재는 보조용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필수적으로 보는 교과서는 아니다”고 했다.

세종·전주=김방현·김준희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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