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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나온다” 항공·여행·정유주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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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9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증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에 화이자 주가는 장중 15%까지 올랐다. [AP=연합]

9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이 증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에 화이자 주가는 장중 15%까지 올랐다. [AP=연합]

이른바 ‘화이자 효과’에 전 세계 증시가 활짝 웃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3상 임상 결과에서 90% 효과를 냈다는 뉴스가 지난 9일(현지시간) 전해지면서다.

화이자가 부른 ‘포스트 팬데믹’ 증시 #컨택트 종목 부활, 오랜만에 상승 #넷플릭스·아마존 ‘빅테크’는 급락 #JP모건 “S&P 4000 간다” 장밋빛 전망 #백신 배포시점 불확실 신중론도

9일 미국의 S&P500(1.2%)과 다우 지수(2.9%)는 모두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CAC40 지수(7.57%)와 영국 런던의 FTSE 100 지수(4.67%) 등도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가 백신 뉴스에 춤을 췄다”며 “S&P500은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JP모건 투자전략가들은 이날 고객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시장의 해탈(market nirvana)”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S&P 500 지수가 내년 초에 현재보다 11%가량 오른 4000포인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 개발로 코로나19 확산이 억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미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강세장을 펼칠 것이라는 장밋빛 해석이다. 투자회사 글로볼트의 톰 마틴 전략가는 “삶이 (팬데믹 이전으로) 정상화되는 것을 드디어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백신 희소식과 글로벌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신 희소식과 글로벌 주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포스트 팬데믹 시대로 한 발짝 더 다가선 상황은 증시의 ‘새판 짜기’ 신호탄으로도 여겨진다. ‘언택트’(비대면) 상황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던 빅테크가 힘을 잃고, 감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루저로 전락했던 ‘컨택트’(대면) 종목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백신 개발의 희소식이 전해졌던 이 날 그동안 하락의 늪에서 허우적댔던 여행·원유업계 등 컨택트 종목이 오랜만에 상승 랠리를 펼쳤다. 델타항공은 이날 하루 17%, 석유 기업 엑손모빌은 12.6%가 올랐다. 반면 언택트 종목으로 분류되는 빅테크 기술주가 포진한 나스닥(NASDAQ)은 울상이었다. 전날보다 1.53% 내리며 거래를 마쳤다. 대표주자인 아마존(-5.06%)과 넷플릭스(-8.59%)의 낙폭이 컸다. 유럽 증시에서도 배달 전문 유통기업인 오케이도(Ocado)는 하락했지만 자동차 기업인 롤스로이스와 철도 관련 기업인 트레인라인, 국제항공그룹(IAG) 등은 상승 흐름을 보였다.

백신희소식과 루저주의 귀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신희소식과 루저주의 귀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 증시도 10일 비슷한 흐름이었다. 대한항공(11.24%)·제주항공(11.11%)·하나투어(9.17%)·모두투어(6.9%) 등 항공·여행 관련 주식들이 크게 올랐다. 현대중공업지주(6.65%)·기아차(4.21%) 등 경기민감주도 상승했다. 실제 개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그동안 증시 랠리를 이끌어온 게임·정보기술(IT) 등 언택트 관련 종목과 진단키트 관련주는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라 주목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수혜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컨택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가격부담도 매물이 쏟아진 배경이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개발로 자율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해진다면 그동안 부진했던 종목들이 가장 큰 혜택을 입는다”면서 “개인 소비에서 컨택트 소비 비중이 언택트 소비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이끌 힘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90%의 효과를 낸 것은 중간 결과로 최종적으론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가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경고를 한 배경이다. 김상만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의 승인·배포 시점은 아직 불확실해 호재를 미리 반영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면서 “예상보다 빨리 배포되면 오히려 대규모 경기부양책 추진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전수진·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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