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경단체 "도민 65% 새만금 해수유통 찬성" 전북 "개발 악영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이 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 전북도민 65.2%가 새만금 해수유통에 찬성했다"며 전북도에 해수유통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이 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 전북도민 65.2%가 새만금 해수유통에 찬성했다"며 전북도에 해수유통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도민의 3분의 2가 '새만금 해수유통'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새만금호 물 관리를 해수유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와 전북도를 압박하고 나섰다. 새만금방조제 일부를 허물거나 배수갑문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북도는 "새만금 내부 개발이 애초 계획의 절반밖에 안 된 상태에서 공사가 한창인 새만금호의 불안정한 수질만 보고 해수유통을 하자는 건 무책임하다"고 맞섰다.

새만금공동행동 여론조사 결과 발표 #"전북도민 3분의2 찬성" 해수유통 촉구 #"20년간 4조 쏟아붓고도 수질 악화" #전북도 "설문 내용 사실과 달라" 반박 #"환경부는 수질용역 보고서 안 밝혀" #"계획 수정…비용 늘고 개발 늦어져"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전북녹색연합 등으로 구성된 새만금해수유통추진공동행동(이하 새만금공동행동)은 9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결과 전북도민의 65.2%가 새만금 해수유통에 찬성했다"며 전북도에 해수유통을 요구했다.

 새만금공동행동이 한국사회정치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새만금 해수유통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전북 모든 지역에서 새만금 해수유통에 찬성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었다. 해수유통에 반대하는 여론은 11.8%, '잘 모르겠다'는 비율은 23%로 나타났다. 특히 군산과 익산 지역의 해수유통 찬성 비율이 각각 72.4%, 79.3%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이너텍시스템즈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18세 이상 전북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를 이용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지난달 29일 오전 만조 시간에 맞춰 새만금방조제 가력배수갑문을 열자 바닷물이 새만금호 안쪽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9일 오전 만조 시간에 맞춰 새만금방조제 가력배수갑문을 열자 바닷물이 새만금호 안쪽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새만금공동행동은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착공했으며, 2001년부터 20년간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새만금 수질 개선 사업을 실시했다"며 "그런데도 새만금호 수질은 2019년 현재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기준 5~6등급 상태로 오히려 악화됐으며, 목표 수질 등급인 도시용지 3등급, 농업용지 4등급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초 정부는 2020년 올해 새만금호를 담수화한다는 목표로 '새만금유역 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실시했으나 새만금호 수질은 오히려 악화했다"며 "정부의 수질 개선 사업은 명백히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새만금공동행동은 "최근 환경부의 수질평가 용역 결과는 2030년을 목표 연도로 새만금 수질 평가를 했는데도 담수화로는 목표 수질 달성이 불가능하고, 해수유통을 확대할 경우 목표 수질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새만금호 담수화 고집은 새만금의 수질과 생태계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새만금 사업 자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하진 전북지사가 지난 5일 새만금 33센터 전망대에서 전북도청 출입 기자단에게 새만금 사업 추진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송하진 전북지사가 지난 5일 새만금 33센터 전망대에서 전북도청 출입 기자단에게 새만금 사업 추진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이에 대해 전북도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북도는 "해수유통 찬반을 묻기 전 '최근 환경부는 수질평가 용역보고서를 통해 '담수화로는 새만금호의 목표 수질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라고 한 설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새만금유역 2단계 수질개선대책 종합평가' 연구용역을 추진 중인 환경부는 종합평가 관련 보고서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북도는 전했다.

 전북도는 해수유통이 새만금 내부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새만금 전체 개발 예정 면적(291㎢)의 73%가 개발돼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현재 매립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면적은 38.1%(110.8㎢) 수준이다.

 한순옥 전북도 수질개선기획팀장은 "새만금호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물 흐름이 수시로 왜곡되고 수질 상황도 불규칙하다"며 "부지를 조성하면서 흙탕물이 새만금호 안으로 들어오고, 수질 측정 지점에서 준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질) 데이터 자체가 공사의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상태가 아닌데 이것만으로 새만금호 수질이 나쁘고 수질 대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1989년 위성에서 찍은 새만금. 그 해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정부는 1991년 새만금 사업비 200억원을 확보해 새만금방조제를 착공했다. 초기 새만금 개발사업 목적은 농업용지 확보였다. 사진 전북도

2020년 위성에서 촬영한 새만금. 이달 말 새만금 내부 첫 SOC(사회간접자본)인 새만금 동서도로 개통을 앞두고 있다. 사진 전북도

 그는 또 "해수유통을 하면 담수화를 전제로 수립한 새만금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며 "염해 피해와 안전 문제 등 해수 영향에 따른 보완 공사 비용이 늘어나고 내부 개발도 늦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송하진 전북지사도 지난 5일 신시배수갑문이 내려다보이는 '새만금 33센터' 전망대에서 새만금 해수유통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북도청 출입 기자단과 함께 이달 말 개통을 앞둔 새만금 동서도로 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였다.

 송 지사는 "해수유통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도민들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며 "신시·가력 배수갑문 2곳에서 18개 갑문을 통해 해수는 유통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추가 갑문 설치는 지금 세워진 방조제를 트자는 것 아니냐"며 "환경과 개발 모두를 생각한 상황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