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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일이 나 자신" 사상 첫 직업 가진 퍼스트레이디 탄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현지시간) 질 바이든 여사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조 바이든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질 바이든 여사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조 바이든 후보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사실상 승리를 거머쥐며 부인 질 바이든(69)도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에 입성하는 꿈을 이루게 됐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질 여사를 “그 어떤 전임자들보다도 영부인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상상을 가장 많이 했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부인)로 지내며 퍼스트레이디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는 점에서다.

질 여사는 여러 면에서 전임들과는 다른 퍼스트레이디가 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의 비극적 가족사 품은 치유의 아이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질 바이든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은 1972년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된 다음 달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한 살짜리 딸을 잃었다. 2015년엔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던 장남 보를 뇌암으로 떠나보냈다.

질 여사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 날인 18일(현지시간) 영상을 통해 담담하게 남편의 아픈 가족사를 꺼내며 ‘치유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가족의 어려움을 극복한 그 회복력으로 미국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바이든 당선인이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질 여사의 도움이 컸다. 장남 보는 생전에 “어머니가 우리 가족을 다시 일으켰다”고 말할 정도로 질 여사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질 여사는 당시 영상에서 “붕괴된 그의 가정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같은 방식으로 나라를 회복시킬 수 있다. 사랑과 용기와 흔들림 없는 확신, 이해와 친절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극적 내조 펼치는 질 여사 

“저는 필라델피아 출신인걸요.(I’m a good Philly girl)”

지난 2월 뉴햄프셔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행사에서 남편 바이든에게 달려드는 시위자를 가로막은 질 여사는 후에 기자들에게 이렇게 답했다.

직접 나서 시위자를 몸으로 가로막고 배웅하는 질 여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화제를 모았다. 이후 3월 로스앤젤레스 집회에서도 연단으로 난입한 여성 시위자의 손목을 질 여사는 빠른 속도로 잡아채 남편을 보호했다. 전통적인 내조에서 벗어나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퍼스트레이디의 탄생이 예상되는 이유다.

그의 강인하면서 적극적인 성향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질 여사는 CBS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여동생에게 벌레를 던지며 괴롭히는 남자애가 있었다. 그의 집에 찾아가 노크한 뒤 문이 열리자 주먹을 날려 얼굴을 때렸다. 다시는 내 동생에게 벌레를 던지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버지는 ‘장하다’고 칭찬하셨다”고 말했다.

질 여사는 남편 바이든 당선인의 선거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남편보다 오히려 활발하게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퍼스트레이디가 되고 나서도 질 여사는 계속 이처럼 바이든의 가장 가까운 참모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남편의 참모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배우자가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참모가 되길 바라지 않나요. 그게 결혼 아닌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도 “질은 내 주변인 중 누가 나와 가장 잘 맞는지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가르치는 일이 곧 나 자신”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231년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직업을 가진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하게 됐다. 변호사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 등도 백악관 생활을 하며 일을 그만뒀지만, 질 여사는 그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7년 바이든 당선인과 결혼한 질 여사는 정치인 남편을 내조하며 딸을 낳고, 교육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이후 2009년 남편이 부통령이 됐을 때도, 그는 교사란 본인의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바이든 의원과 무슨 관계냐”고 물으면 “친척”이라고 줄곧 대답했다.

질 여사는 퍼스트레이디가 되더라도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이민자 등 소외계층에 영어를 가르치는 전업 교수직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가르치는 일이 곧 나 자신”이라고 누누이 말할 정도로 교사직을 자신의 업(業)으로 삼았다.

지난 8월 질 여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델라웨어주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등장해 남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질 여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쳤던 델라웨어주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등장해 남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도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친 델라웨어주 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등장해 남편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당시 AP통신과 CNN방송 등은 질 여사가 “비극과 회복으로 이어진 바이든의 이야기를 다른 아무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했다”고 전하며 능숙한 남편의 지지자로서 자기 자신을 증명해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부부, 불륜 의혹 터지기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질 바이든 여사.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질 바이든 여사. [AP=연합뉴스]

한편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부부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첫째 부인과 사별 후 아내를 만났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질 여사의 전남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빌 스티븐슨은 데일리메일에 “두 사람(조 바이든과 질 바이든)이 소개팅에서 만났다는 건 완전한 날조”라며 “바이든이 내 아내 질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1972년 질이 바이든의 선거 캠프에 합류한 뒤 불륜으로 관계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그는 “나는 누구도 해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사실은 사실이고, 미팅에서 만났다는 것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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