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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교사 6000명 파업에 결국…"아이 데리고 출근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6일 오후 경기도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텅 비어 있다. 돌봄사들은 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며 전일제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초등 돌봄 전담사들이 파업에 들어간 6일 오후 경기도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텅 비어 있다. 돌봄사들은 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며 전일제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평소라면 오후 4~6시까지 돌봄교실에 남았을 1학년 A(7)양. 맞벌이 가정 자녀 A양은 평소 돌봄교실을 이용해왔다. 돌봄교실은 A양처럼 자녀를 맡길 곳 없는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자녀가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A양은 6일 학교에서 주는 점심만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함께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1·2학년 38명도 오후 1시쯤 바로 하교했다. 돌봄 전담사 2명이 파업해서다. 한 돌봄교실 칠판에는 “6일 돌봄교실 안 옵니다. 점심 먹고 집에 갑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돌봄전담사 파업에 돌봄 공백 ‘비상’ 

6일 오후 부산시 부산진구 가남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 전담사를 대신해 교감 선생님이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부산시 부산진구 가남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 전담사를 대신해 교감 선생님이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초등 돌봄 전담사가 파업에 들어간 이 날 학교 현장 곳곳에서 혼란을 빚었다. 돌봄 전담사가 파업에 나선 일부 초등학교는 학교 관리자인 교장·교감이 돌봄교실 운영을 도왔다. 독서실과 일반 교실을 개방해 학생들이 독서, 그림 그리기, 숙제 등을 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휴가를 쓰거나 근무지에 자녀를 데려오는 등 급히 자구책을 마련했다. 초2 아들을 둔 김모(41)씨는 “방과 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오늘 하루 직장에 연차를 냈다”고 말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돌봄교사 파업으로 (집안이) 비상이다. 일터에 아이를 데려왔다”는 한 학부모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학부모 사이에선 파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돌봄 공백을 메우느라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천 지역 한 맘 카페에는 “개선될 부분이 많다는 건 알겠지만 돌봄교실 자체가 가정 돌봄이 안 되는 아이들을 모아놓은 건데 파업하다니 안타깝다” “아이가 볼모로 잡힌 것 같다” “이럴 때면 맞벌이 부모가 사회적 약자라고 느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1년을 힘겹게 버텼는데 이젠 파업이라니”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온종일 돌봄법 철회' '전일제' 요구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초등돌봄전담사 전국파업투쟁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열린 초등돌봄전담사 전국파업투쟁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전국여성노조 등이 속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등 전국 각지에서 파업대회를 열었다. 지자체의 돌봄 책임을 강화하는 ‘온종일 돌봄법’ 철회와 8시간 전일제 근무 전환을 요구하면서다. 학비연대 경기지부는 집회를 마친 뒤 약 2㎞에 이르는 거리 행진도 했다. 학비연대는 전국 돌봄 전담사 1만2000여 명 중 6000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교육부가 집계한 돌봄전담사 파업 현황에 따르면 돌봄 운영 초등학교 5998개교 중 2696개교(44.9%), 돌봄전담사 1만1859명 중 4902명(41.3%)이 파업에 참여했다. 교육부는 “돌봄전담사 파업으로 학부모·학생에게 돌봄 불편을 초래한 점은 유감”이라며 “파업 이후 즉각적으로 초등 돌봄교실을 정상 운영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현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돌봄 노조는 요구에 대한 응답이 없을 경우 이달 중 추가 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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