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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난장판 미 대선..남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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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트럼프 선전..트럼프식 포퓰리즘에 미국 민주주의 위기론 #SNS시대 정치양극화 심각성 드러나..한국정치도 이미 심각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새벽 2시20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새벽 2시20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병상의 코멘터리] 난장판 미 대선..남일 아니다

1.
미국 대통령 선거 날입니다. 예상대로 아수라장입니다.

(현지시간) 4일 새벽까지 개표에도 승리를 점치기 어렵습니다. 사전 여론조사에선 바이든이 무난히 이길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트럼프의 선전이 의외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새벽 2시20분에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부재자 투표함을 ‘열지 못하게 하겠다’‘법원에 소송하겠다’는등 폭탄선언까지 했습니다.

2.
아수라장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의 복잡한 선거제도입니다.
미국은 50개 주(나라)가 모여있는 연방국가이기에 규칙도 제각각입니다. 마침 코로나로 사전 부재자 투표가 많아진 바람에 더 복잡해졌습니다.

특히‘승자독식’ 방식에 따라 주 단위로 한 표라도 많으면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제도가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전국 득표에선 힐러리 클린턴보다 300만표나 적게 얻었습니다. 그러나 경합주에서 승리하면서 선거인단을 더 많이 차지하는 바람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트럼프가 이번에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전국 득표에선 바이든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불리한 부재자 투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습니다. 누가 이기든 후유증이 오래 갈 겁니다.

3.
난장판의 둘째 이유는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즉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정치 여론의 양극화가 너무 심각해져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제도를 부인하는 상황으로 악화되었습니다.

기본적인 배경은 신자유주의 이후 빈부격차가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백인들이 트럼프의 ‘어메리카 퍼스트’에 휩쓸리기 쉬운 환경입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SNS(소셜네트워크)가 꼽힙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일찌감치 트위터로 승리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이 승리를 훔쳐가려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트위터는 곧바로 안보이게 조치했습니다. 물론 온세상은 이미 다 봤습니다.

4.
SNS는 돈을 벌기위해 이용자들을 오래 붙잡아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용자가 좋아하는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편식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감염돼 특정 정당의 열성당원이 됩니다.
점점 자극에 심하게 노출되면서 다른 정당이나 정파를 증오하게 됩니다.

5.
이런 정치환경에서 득세하는 정치인은 트럼프와 같은 포풀리즘 선동가입니다.
트럼프는 원래 TV리얼리티쇼(NBC어프렌티스) 호스트로 인기를 누리던 천부적 예능인입니다. 쇼하듯 시원통쾌하니 확증편향 유권자들을 열광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코로나 환자가 창궐하는데도 지지표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바람에 미국 민주주의는 날개도 없이 추락 중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SNS의 확증편향 장사술에 족쇄를 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6.
SNS 문제는 우리도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선 이번 대선이 SNS시대 양극화의 피크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트럼프란 인물 때문에 특히..

우리 정치판에선 SNS 폐해가 끝이 안보입니다. 미국처럼 SNS의 상술을 규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칼럼니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