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단키트 7500만명분 해외로 보낸 DHL코리아, 내년엔 영하80도로 백신 운송

중앙일보

입력

DHL코리아의 한병구 대표는 내년 100억회 분의 코로나19 백신 수송이 세계 물류기업의 공통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사진 DHL코리아

DHL코리아의 한병구 대표는 내년 100억회 분의 코로나19 백신 수송이 세계 물류기업의 공통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사진 DHL코리아

“내년 영하 80도로 운반해야 하는 100억회 분의 코로나19 백신 운송에 사활을 걸었죠.”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DHL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한병구(63) DHL코리아 대표의 얘기다. 국제특송 서비스로 잘 알려진 DH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유행)으로 전 세계가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사람의 이동은 확 줄어든 반면, 필요한 물건의 배송 요청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자체 항공기를 이용해 220여 개국의 물류망을 확보한 DHL엔 배송 요청이 쇄도했다. 한 대표는 DHL코리아의 첫 번째 한국인 대표로, 올해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DHL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콜드체인 운송 솔루션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한 대표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2012년 시작한 의약품 전문 배송 서비스인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월 기준 DHL코리아를 통해 해외로 나간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만 310t 규모로 7500만명을 진단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최대 220만명이 진단받을 수 있는 진단키트를 세계 각지로 배송했다”면서 “시간과 온도에 민감한 바이오 물품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싱가포르뿐”이라고 덧붙였다.

DHL코리아의 한병구 대표가 DHL 비행기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DHL코리아

DHL코리아의 한병구 대표가 DHL 비행기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DHL코리아

전 세계의 관심이 코로나19 백신에 쏠려있다. 백신 운송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DHL은 가까운 시일 내에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 허가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신이 나올 수 있는 후보지로 꼽힌 곳은 미국·중국·유럽·인도·한국 등이다. 하지만 당장 사용 허가가 나오더라도 100억회 분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백신을 전 세계 곳곳에 신속하게 보내기 위한 의료 공급망 구축이 물류 기업의 지상 과제다. 기존 백신 유통은 영하 2도에서 영하 8도를 유지하는데 코로나19 백신은 운반과 보관 과정에서 효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보다 엄격한 온도 조건(최대 영하 80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DHL은 지난 9월 매켄지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운송에 관한 백서를 발간하고, 각 사업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년 백신 운송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여름 대만의 한 DHL 배송 접수처에 긴 줄이 서 있는 모습. 사진 DHL코리아

지난 여름 대만의 한 DHL 배송 접수처에 긴 줄이 서 있는 모습. 사진 DHL코리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진단키트 운송 물량은 얼마나 되나.
“올해 DHL코리아의 의약품과 진단키트 해외 운송 물량은 전년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의약품, 혈액, 의료용품 등을 주로 운송했지만, 올해 들어 진단키트가 전체 메디컬 익스프레스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80%나 된다. 국내에서 수출 승인을 받은 진단키트 상당수가 DHL코리아를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콜드체인 물류 전담팀이 온도 조절 패키징, 항공 스페이스, 서류작업, 통관, 실시간 온도 모니터링 등 특화된 바이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2012년부터 콜드체인 물류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위해 전문 인력과 시설 확충 등의 투자를 계속한 것이 주효했다.”

DHL은 1977년 국제특송업계 최초로 국내에 진출했다. 주로 급한 업무상 서류나 의약품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물품을 운반하는 데 주력했다. 2016년까지 DHL코리아의 매출 100%는 기업 간 서류나 물품을 주고받는 B2B 특송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회사가 아닌 개인 고객에게 물품을 보내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다가 전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가 발달하면서 국제특송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커머스 판매자와 소비자가 국제특송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지난해 44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DHL코리아는 올해 5600억원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HL코리아 한병구 대표

DHL코리아 한병구 대표

코로나19로 이커머스 관련 배송이 얼마나 늘었나.
“전체 전자상거래 총 거래액을 보면 현재 한국의 규모는 전 세계 TOP 6~7위 수준에 해당한다. 2010년 이후부터 해외 직구(직접 구매) 열풍이 거셌다면, 최근엔 역직구(직접 판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해외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DHL을 통해 해외로 운송되는 이커머스 물량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0%씩 성장하다가, 올해는 9월 기준 전년 대비 200%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해 2023년까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이커머스 시장이 될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판매자의 해외 시장 진출 열풍이 이어지는 것도 거래량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해외 진출을 원하는 국내 중소 셀러에게 배송뿐만 아니라 국가별 통관 절차, 현지 시장에 맞는 플랫폼 연결과 컨설팅 등을 진행하면서 많은 소상공인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DHL은 미국, 중국, 유럽, 인도, 한국 등을 코로나19 백신 개발 후보지로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DHL은 미국, 중국, 유럽, 인도, 한국 등을 코로나19 백신 개발 후보지로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폭증하는 물류를 어떻게 감당하나.
“지난 9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 특송 상품을 전문적으로 분류하는 게이트웨이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175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이번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재 시간당 8100개인 상품 처리량은 2만1000개까지 늘어난다. 2022년까지 확장 공사가 마무리돼 아시아 최대 규모의 게이트웨이가 완성되면 인천이 홍콩을 대체하는 아태지역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DHL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대표이자 가장 오래 연임한 대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산업이 발전하는 흐름을 잘 마주했기 때문에 연임이 가능했다. 열린 소통 문화를 강조하면서 직원에게 얘기한다. ‘싱싱한 생선과 상한 생선이 있으면, 상한 생선을 먼저 테이블에 올리라’라고. 좋은 일은 나중에 보고하더라도 상한 생선, 즉 나쁜 일은 반드시 즉시 보고하고 해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 특송 기업의 특성과 잘 맞물린 의사소통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