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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선주자 뜬 윤석열, 반사이익만으론 오래 못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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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3분짜리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3분 만남’으로 정리해드립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직접 선거에 나선 건 2018년 6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3위에 그쳤다. 그 전해 대선에 이어 큰 선거에서 내리 패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생명이 다했다는 평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다. 선거 때면 그의 이름은 다시 불린다. 지난 4월 총선이 그랬고,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인데, 정작 그는 2일 인터뷰에서 고향인 부산 선거 얘기를 꺼냈다. 서울시장 선거에 직접 뛰기보단, 야권의 전체 선거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기자 앞에 앉았지만, 화면을 켜지 않았다. 서울시장 출마나 야권 통합 등에 대해서도 특별히 말을 고르거나 준비한 답변을 참고하지 않았다. 생각 정리가 이미 끝난 걸로 보였다.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1시간 20분가량 진행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재로 보궐선거가 열린다.
당시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안면이 있던 박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끝까지 완주하겠다’길래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그런데 선거 뒤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10년 동안 세계적인 도시들은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서울은 침체했다. 책임감을 느낀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안철수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국민의당은 총선 전 20석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3석에 그쳤다. 안 대표는 "한계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당의 규모는 작지만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다. 요즘 야당 역할 제대로 하는 건 국민의당과 안철수밖에 없다 이런 말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안철수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국민의당은 총선 전 20석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3석에 그쳤다. 안 대표는 "한계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당의 규모는 작지만 담론의 크기는 작지 않다. 요즘 야당 역할 제대로 하는 건 국민의당과 안철수밖에 없다 이런 말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책임이 있으니 직접 출마하라는 의견도 있다.
예전부터 입장을 밝혔다.(※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중요한 건 야권이 보궐선거에서 지면 다음 대선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거다. 부산시장 선거도 낙관할 수 없다. 아무나 내보낸다고 될 선거가 절대 아니다. 서울ㆍ부산 둘 다 어렵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권 승리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
불출마 입장을 바꿀 여지는 없나.
이미 말했던 대로다.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되는데, 연락해봤나. 
연락한 적 없다. 본인도 쉬고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내가 아는 금 전 의원이라면 정치적 수사는 아닐 거다.
금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당선될까.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모이느냐가 관건이다.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건데,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단 말도 자주 했다. 꼭 안철수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솔직히 그런 생각도 가지고 있다. 정권교체가 안 되면 나라가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권력의지가 없다고 평가하지는 말아달라.(웃음) 야권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거고, 제일 바라는 바다. 그러나 그게 이뤄지지 않더라도 힘을 합쳐 정권교체만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윤 총장의 현 상황을 과거 안 대표가 화려하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기도 한다. 정치에 나서기도 전, 여론이 먼저 대선 주자로 띄웠다. 그러나 안 대표는 실패를 맛봤다. 그는 “겪어보면서 깨달은 것들이 많다”며 윤 총장에 대해 “반사이익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윤 총장으로 야권의 지지가 모이는 건 현 정권에 대해 각을 세우고, 분명하게 반대하는 모습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반사이익인데, 그것만으론 오래가지 못한다. 뜻이 있다면 비전을 준비하고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실력을 보여줘야 지지가 공고화할 수 있다.
개인적 평가는.
20대 총선 즈음해 비례대표로 영입하려고 만난 적이 있다. 윤 총장이 지방으로 좌천돼 어려울 때였다. 본인은 ‘지금 어려워도 검사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호감을 느꼈다. 야권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좋은 사람이고, 잘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까.
선의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거다. 다만, 정권교체를 위한 동료라는 의미가 전제된 표현이다.
국민의당 당사 내 안 대표 사무실에선 한강을 따라 드러선 아파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터뷰 전 인사를 나누던 중 부동산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안 대표는 "일부러 집값을 올리려고 해도 이렇게까지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또 인터뷰 중엔 "부동산의 경우 정책 실패를 넘어서 정책 파탄이다. 악순환의 사이클을 중단하려면 정부가 우선 잘못했다고 고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당사 내 안 대표 사무실에선 한강을 따라 드러선 아파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터뷰 전 인사를 나누던 중 부동산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안 대표는 "일부러 집값을 올리려고 해도 이렇게까지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또 인터뷰 중엔 "부동산의 경우 정책 실패를 넘어서 정책 파탄이다. 악순환의 사이클을 중단하려면 정부가 우선 잘못했다고 고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국민의힘과의 관계 설정은 안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두 당은 대부분의 이슈에서 한목소리를 내지만, 합당ㆍ연대 등의 결정적인 ‘액션’은 없다.

합당 가능성 있나.
합당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한 적이 전혀 없다.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서로 협력하겠지만, 방안은 여러 가지다. 우리가 더 좋은 야권통합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 예산안이 통과되고 나면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고민이 시작되지 않을까.
합당을 왜 꺼리나.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가 너무나 높다. 오랜 시간 누적됐다. 국민이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 메시지를 떠나, 메신저의 신뢰도가 떨어져 있어 아예 어떤 말을 하는지 듣지를 않는다. 다 함께 비호감에 파묻힐 수 있다. 그게 두려운 거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해법은 없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지만, 취임 때 당 지지율이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18%였고 지난주가 20%다. 통계학적으로는 같다. 그러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비대위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말인가
책임을 김 위원장이 짊어지고 있고,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정말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아마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고민이 더 클 거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계가 나쁜 건가
정권교체만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마음은 똑같지 않겠나. 사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다. 처음 만난 건 10년도 훨씬 전인 것 같다. 김 위원장이 대뜸 국회의원에 출마하라고 하길래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게 다였다. 그런데 최근 김 위원장 인터뷰를 보니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은 하는 일도 없는 사람인데 그걸 왜 하느냐’고 제가 했다는데, 나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을 뿐이다.

인터뷰=윤정민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yunjm@joongang.co.kr
영상‧그래픽=김한솔·여운하·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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