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공학 암 치료 새 장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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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병원은 최근 각종 암세포를 방사선으로 괴사시키는 무혈 수술방법인 '사이버나이프'의 가동에 들어갔다.

돋보기로 햇볕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 1천2백48 방향에서 암세포를 조준해 방사선을 쏘아 암덩어리를 죽이는 수술법이다.

치료부위를 절개할 필요도, 통증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방사선을 쏘는 로봇팔은 컴퓨터로 정교하게 조작되며, 동작 오차는 0.35㎜에 불과하다.

방사선공학이 의과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사이버나이프를 비롯해 간암 치료제.양전자단층촬영장치(PET) 등 다양한 형태로 의과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박경배 박사가 개발한 간암치료제는 방사선을 내뿜는 홀뮴을 키토산과 섞어 암 덩어리에 주사해 치료효과를 얻는 것이다. 주사 당시에는 액체상태지만 몸 속에 들어간 뒤에는 끈적끈적한 점액 상태로 변한다.

그렇게 암 덩어리 속에 머물며 방사선을 방출해 암세포를 죽인다. 암괴에 주사한 홀뮴이 유효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기간은 26일 정도다. 그 이후에는 방사선 효력이 거의 사라진다.

키토산은 게껍질이나 새우껍질의 주성분으로 독성이 적어 의공학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천연물질.

사이버나이프나 간암치료제의 원리는 암세포의 DNA 사슬을 끊어 버려 세포가 죽게 한다. 사슬을 자르는 역할은 방사선에서 튀어나온 고속의 전자가 맡는다.

유전자 정보가 모두 DNA사슬에 염기 형태로 저장돼 있는데 이 사슬이 끊어지므로 암이 계속 자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암을 방사선으로 치료하면 암 세포가 몇번 증식하는 듯하다 죽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양전자단층촬영장치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몸 안의 변화를 외부에서 촬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전자단층촬영을 하기 전에 포도당에 방사성 물질을 붙여 만든 주사액을 맞아야 한다.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보다 훨씬 많은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양전자단층촬영장치는 포도당에 붙은 방사성물질이 몸 어느 곳에 많이 모이는가를 추적한다. 그러면 암이 있는지 없는지, 암이 있다면 어느 부위인지를 즉시 알아낼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은 일종의 추적용 꼬리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장치는 피가 통하는 몸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할 수 있다. 그 방사성 물질은 몇 시간만 지나면 방사선을 방출하지 못한다.

방사선 물질의 수명이 아주 짧기 때문에 그 물질을 만드는 한국원자력연구소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양전자단층촬영장치를 가동하기 어렵다.

박경배 박사는 "양전자단층촬영장치용으로 몸 안에 주사하는 방사성 물질은 인체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극히 적은 양의 방사선을 방출하도록 개발한다"며 "방사선은 개발하기에 따라서는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보다 복지향상에 훨씬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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