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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수상록 선집- 식인종에 대하여 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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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수상록 선집- 식인종에 대하여 외

수상록 선집- 식인종에 대하여 외

사람들이 내게 전해준 바에 따르면, 그 나라에는 야만적이고 미개한 것은 전혀 없는 듯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관습에 없는 것을 야만이라 단정하여 부를 뿐이다. … 우리가 그들의 잘못은 곧잘 비판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야만 행위는 똑바로 보지 못하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몽테뉴 『수상록 선집- 식인종에 대하여 외』

최근 여러 칼럼이 16세기 사상가 몽테뉴를 인용한 이유가 있었다. 엮은이 고봉만 충북대 교수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를 빌려 “몽테뉴를 읽을 때마다 우리 시대의 인물이 우리에 대해 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위 문장은 산문집 『수상록』 중 프랑스 루앙에서 브라질 원주민 3명을 만나고 쓴 ‘식인종에 대하여’에 나온다. 당시 유럽은 신대륙의 식인 습관에 경악하고 있었다. 몽테뉴는 포르투갈에서는 포로를 잡으면 허리까지 땅에 묻고 많은 화살을 쏜 다음 목매달아 죽인다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유럽인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이성의 법칙에 비추어 야만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우리와 비교해서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우리야말로 모든 야만스러움에서 그들을 능가한다.”

‘세계 시민’ 몽테뉴가 가장 혐오한 것은 독단에 갇히는 것이었다. “자신의 경향에만 사로잡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을 변화시키지도 못한다면… 자신의 노예가 될 뿐이다.” “나는 서로 다른 수많은 삶의 방식이 있음을 이해한다. … 되도록 남들을 내 생활 규범이나 준칙에서 해방시켜 그를 오직 그 자신으로서 고찰한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