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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불경기엔 인재·자원 넘쳐 스타트업 창업해볼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84)

들어가기에 앞서 이번 글은 불경기에도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분을 위한 글임을 밝히고 싶다. 불경기라서 창업해야 함을 의미하는 글이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더불어 불경기에는 창업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안 된다고 굳게 믿는 예비 창업가를 위한 글도 아니니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4차산업 혁명 초연결 시대의 대표 기업으로 불리는 페이스북과 테슬라 등도 닷컴버블 붕괴로 어려운 시기에 창업했다. 1975년 오일쇼크의 정점에서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 500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기업이 힘없이 쓰러지고 망하던 1908년에 창업한 GM, 해방 후 척박한 시절이던 1947년에 창업한 현대그룹 등도 경기가 좋을 때 창업했다고 보기 어렵다.

불경기에 창업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예시들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대면 활동을 통해 고객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창업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시장과 업종의 유형에 따라 창업을 다르게 접근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과연 불경기는 창업의 최대 위험 요소일까? 불경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단점은 무수히 많지만, 창업가에게는 불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도 존재한다. 그 유익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불경기에 창업해 살아남은 기업은 더욱 견고하고, 회복력이 강하며, 혁신적이고, 겸손하고, 기민하다. 당연히 지속 가능성과 성공의 가능성도 높다. [사진 pixabay]

불경기에 창업해 살아남은 기업은 더욱 견고하고, 회복력이 강하며, 혁신적이고, 겸손하고, 기민하다. 당연히 지속 가능성과 성공의 가능성도 높다. [사진 pixabay]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좌석 간 칸막이 설치와 간격 유지를 하는 식당과 카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고객의 필요는 사업의 핵심이다. 불경기는 사람의 기존 행동을 변화시키며, 행동의 변화는 새로운 필요의 탄생을 의미한다. 지금의 불경기가 과거의 일반적 불경기와 다른 점은 사람의 행동과 생활 규범을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례 없이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불경기를 통해 새로운 고객의 필요가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된 시장 상황은 기존의 시장 환경에 익숙한 사업자에게 당황스럽기도 하고 적응하기가 상당히 수고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기존 사업자는 그동안 사업해온 관성에 의해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는데 느리고 서툴며 비효율적이다. 이같은 시기는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의 절대적 필요를 채우는 창조적 파괴를 시도하는 창업가에게 둘도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진정한 친구를 그리워하고 신뢰하며 친밀하게 여긴다. 어려운 시절 또는 군대에서 먹은 음식에 대한 추억을 갖는 것도 그런 이유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불경기에도 고객의 필요를 충실하게 채우는 제품을 만든 창업가는 더욱 고객의 두터운 신뢰를 얻어 든든한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불경기에 고객의 얇은 지갑도 탈탈 털겠다는 마음으로 알량하고 저급한 상술을 발휘해 형편없는 품질로 군대의 추억을 악용하려는 장사치와는 분명히 다르다. 불경기에 소비자는 필수품을 제외한 물건에 지갑을 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것은 강력한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불경기에 기업은 채용과 원자재 구매 등을 줄이거나 멈춘다. 반대로 말하면 불경기는 인재와 자원의 공급이 넘치는 시기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모로 열악하고 별것 없어 좋은 인재와 자원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낮은 임대료를 활용할 가능성도 커지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매출회수 기간이 지연되면서 그 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불경기에 창업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로 시장경쟁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취업이 안 되거나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이 창업 시장에 마구 뛰어들어 갖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꼭 그렇다고 볼 수 없다.

불경기에 창업해 살아남은 기업은 더욱 견고하고, 회복력이 강하며, 혁신적이고, 겸손하고, 기민하다. 당연히 지속 가능성과 성공의 가능성도 높다. 어떠한 이유에서 건 불경기에는 많은 부분이 척박한 환경을 연출하며, 이 환경을 버틴 기업은 시장이 호황을 맞을 때 더욱 건실하게 성장할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벤처캐피탈 등 외부 투자 자금에 의존해 불경기를 벗어날 가능성에 기대는 것보다는 스스로 허리띠를 잔뜩 졸라 매가며 버티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벤처캐피탈은 불경기 때 이미 투자를 받은 기업을 챙기는데 더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작아지기 마련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면 맬수록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온갖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이 자세가 기업 문화와 체질로 굳어진 스타트업은 많은 가능성을 얻게 될 것이다. 늘 검약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스타트업은 몸집이 가벼울 수밖에 없으며, 가벼운 몸짓은 기본적으로 기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체질을 갖추게 한다. 이는 기존 시장의 몸집 큰 기업이 갖추기에 매우 어려운 체질 중 하나다.

지금의 불경기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변화가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있다. 이 불경기 속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문제도, 문제의 해결책도 모두 유별나게 색다를 수밖에 없다. [사진 pxhere]

지금의 불경기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변화가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있다. 이 불경기 속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문제도, 문제의 해결책도 모두 유별나게 색다를 수밖에 없다. [사진 pxhere]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창업하려는 모든 스타트업 창업가는 아래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해보길 권한다.

- 창업가로서의 고민을 함께 나눌 동지가 있는가
- 현재의 위기와 불경기로 인해 새롭게 출현한 고객의 필요를 파악했는가
-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해 기존 경쟁사 제품보다 더 뛰어난 해결책은 무엇인가
-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역량을 갖추고, 그 역량을 채울 방법을 구비하였는가
- 창업 자금 마련을 위해 가용한 재원은 무엇인지, 창업 1일부터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고안하고 있는가

불경기라고 해도 시장의 규모가 갑자기 반으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에 맞춰 혁신적 해결책을 찾아내 창업하는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다. 스타트업 창업은 불경기건 호황기건 상관없이 어차피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고자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불경기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변화가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있있다. 이 불경기 속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문제도, 문제의 해결책도 모두 유별나게 색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다면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없던 것을 고안하고 실행에 옮기는 창업가에게 어울리는 시기가 온 것이다. 남이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영역에서 전문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전문가가 아니라고 위축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봄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창업은 불경기가 유독 나쁜 시기라고 겁낼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글은 불경기니까 창업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꼭 해야만 하는 창업가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세상은 굴러가고 인생은 흘러가며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라 하니 “왜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이  드는 어려운 시기에 창업하는 스타트업 창업가 모두 건강 잘 챙기며 용기를 냈으면 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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