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창업가여 정치인 말고 인류학자 되라

중앙일보

입력 2020.10.04 08:00

[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83)  

인공지능(AI)에 빠져 여러 지식과 경험을 쌓은 창업가 A씨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자율주행사업도 하고 싶고, 디지털헬스케어사업도 하고 싶어 동료를 달달 볶아가며 자기의 생각을 마구 쏟아 낸다. [사진 pxhere]

인공지능(AI)에 빠져 여러 지식과 경험을 쌓은 창업가 A씨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자율주행사업도 하고 싶고, 디지털헬스케어사업도 하고 싶어 동료를 달달 볶아가며 자기의 생각을 마구 쏟아 낸다. [사진 pxhere]

인공지능(AI)에 빠져 여러 지식과 경험을 쌓은 창업가 A씨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처음에는 교육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지만, 밤만 되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AI 기술을 적용하고 싶은 분야가 자꾸 떠올랐다. 자율주행사업도 하고 싶고, 디지털헬스케어사업도 하고 싶어 동료를 달달 볶아가며 자기의 생각을 마구 쏟아 낸다. 더군다나 그동안 쌓은 경력과 명성에 비해 걸음마조차 못하는 시작단계에 있는 자신의 스타트업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 보잘것없어 보여 초조한 마음이 앞선다. 넘치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더하면 더할수록 스타트업은 점점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창업가는 이것저것 수많은 아이디어를 던지기만 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과감하면서 단호하게 기존 시장보다 한 발짝 앞설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적은 숫자의 고객에게만이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창업가가 수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데만 그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주로 이런 창업자의 특징은 이타적으로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고 인지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성향을 보인다.

문제를 인지하고 분석해 남다른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많이 사용되는 것 중 하나가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이다. 디자인씽킹의 기본 정신은 책상에 앉아 계획하는 것에 우선해 일단 세상과 마주하며 교류하고 실험하는 것이다. 이런 정신은 많은 창업가가 기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성향과도 일치한다. 디자이너가 중요하게 기여하는 역량은 사람의 현재 행동을 관찰하고 깊게 공감한 후, 창의력을 발휘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더 나은 편익을 제공하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창업가가 갖춰야 할 역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공감해서, 창의적으로 더 나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지속 성장하는 것이 창업가이기 때문이다.

창업가가 자기의 관심사에만 집중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정신없이 쏟아내기만 하는 것을 조절하고 올바르게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반드시 고객을 온전히 이해해야만 한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유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양한 각도에서 고객을 관찰하라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고 살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 짜증과 고통을 느끼는지를 모두 파악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짜증과 고통의 부분을 해결하면서 혁신이 시작된다. [사진 pixnio]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고 살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 짜증과 고통을 느끼는지를 모두 파악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짜증과 고통의 부분을 해결하면서 혁신이 시작된다. [사진 pixnio]

혁신은 책상에 앉아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계획을 짜는 것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창업가는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고객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고 개선함으로써 혁신을 만든다. 그리고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 창업가 스스로가 마치 인간을 탐구하는 학자처럼 직접적인 고객 관찰과 공감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고 살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 짜증과 고통을 느끼는지를 모두 파악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짜증과 고통의 부분을 해결하면서 혁신이 시작된다.

잘못된 문제에 집중하지 말라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며 고객도 창업가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갖고 해결하고 싶어할 것이라 믿는 바람에 실패하는 경우를 목격한다. 어떤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자기만족을 위해 창업하는 것이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기중심적 사고는 창업가에게 참으로 위험한 자세라고 보인다. “창업가는 이타적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인 고객을 이롭게 하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직접 표현하지 못한 문제까지도 파악하기 위해 고객의 실제 행동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갈비탕에 나오는 갈비가 너무 커 먹기 힘들다고 고객이 반응했다고 하자. 갈비를 작게 잘라서 갈비탕을 내놓는 방법을 선택했으나 고객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면 더 심도 있는 고객관찰을 하고 큰 갈비를 쉽게 집어 잘 뜯어 먹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중요한 고객 문제 하나를 선택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분출은 무한한 가능성의 시작이 된다. 문제 발견 후 단 하나의 해결책을 성급하게 도출시키려 하지 말고,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 내도록 노력하자. 최고의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면 급격히 회사의 체질과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고객과 우리가 원하는 것의 교차점 

시제품 제작이 용이한 아이디어부터 만들고 이를 고객에게 선보여 그들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더 많은 영감을 얻는 데 집중한다. 시제품에 대한 고객의 솔직한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고객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간단해야 하며, 우리가 시제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제품 자체가 새로운 해결책을 구현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처음 본 고객이 스타트업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할 가능성도 크며, 이를 통해 더욱 성공적인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성공적인 사업 아이디어의 발현을 위해 창업가는 선동가나 정치인처럼 모든 만남을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 확신시키는 수단으로만 여기지 말고, 인류학자처럼 사람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경희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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