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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머니] "아버지 제 집을 왜" 나 없이 내 집 거래 파기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가 집주인인데 아버지가 저와 상의 없이 공인중개사와 함께 매수인에게 집을 팔려고 계약을 했습니다. 계좌에 갑자기 800만원이란 금액이 들어오고, 거래가 완료됐다는 문자가 와 너무 당황했습니다. 계약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씨)
부동산 거래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부동산 거래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나만 몰랐던 나의 계약, 무권대리

=본인과 상의 없이 아버지가 자신의 부동산을 팔았다면, 원칙적으로 이 계약은 무효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법률상 대리권은 없다. 부부 사이라면 일상가사 대리권이 있긴 하지만, 부동산 거래를 대리하는 건 아주 특수한 상황(예:정신병원 입원)에서 인정될까 말까다.

=거래 상대방도 ‘나와 지금 마주한 사람이 계약 권한이 있는 사람이 맞는가’를 꼼꼼히 따져봤어야 한다. 가계약의 경우 공인중개사를 믿고 별다른 확인 없이 ‘일단 입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버지가 아들의 계약을 대신 할 수 있는 건지 딱히 살피지 않았다면 계약이 무효가 되어도 할 말이 거의 없다.

=다만, 계약할 때 A씨의 아버지가 A씨 관련 서류를 가지고 왔다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상대방으로선 ‘아, 아버지가 아들의 동의를 받아 대리하는 거구나!’라고 믿을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억울한데 방법이 없네, 표현대리

=표현대리는 주로 계약을 진행하게 하고 싶은 쪽에서 ‘나랑 계약한 사람, 보기에는 권한이 있어 보였어’라고 주장할 때 쓰인다. 단순히 ‘그가 아들 대신해서 나온 거라고 말했다’는 정도로는 어렵지만, ‘그가 위임장을 내밀었다’라거나 ‘신분증을 보여주고 통장 사본을 줬다’는 식이면 다퉈볼 만해진다.

=국토부에서는 주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마이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택구매거래 시 ‘실소유주(등기명의인)와 거래해야 합니다’ ‘실소유주가 아닌 사람과 계약서를 쓴다면 명의인의 위임장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소유주와 통화를 해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일에 대비해 녹취해 놓는 것도 좋다.

계약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계약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대리가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안산 전세 사기 사건’ 같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리 바빠도 계약은 본인이 직접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든다. 집주인으로부터 ‘월세 세입자를 알아봐 달라’는 위임장을 받은 공인중개사가 찾아오는 사람에겐 전세 매물로 속여 계약을 해버린 사건이다. 결국 공인중개사는 붙잡혀 징역살이하게 됐지만 가로챈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었다. 민사소송에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잘못된 사람에게 위임을 맡긴 탓이다.

=임준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지솔)는 “최근 지인 등에게 부동산 계약을 맡겼다가 지인이 마음대로 계약을 해 버려 소유주가 피해가 보는 사건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산처럼 중요한 계약을 할 때는 나나 상대방이나 본인끼리 직접 만나는 게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위임을 맡겨야 하는 경우라면? 임 변호사는 “위임장을 디테일하게 쓰라”고 조언한다. 법무사를 통해 비용이 들더라도 확실하게 하는 거다. 안산 사건의 경우 공인중개사와 위임장을 쓸 때 ‘이 위임은 월세 계약에 한정한다’고 썼더라면 표현대리가 인정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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